설 연휴 이후 원달러 환율이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2년 5개월간 무너진 적이 없었던 1100원선의 붕괴 가능성이 높아졌다.

8일 서울 환시에서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전날보다 3.5원 내린 1104원에 출발했다. 장 초반에는 1102.5원까지 추가 하락을 시도하는 등 1100원선을 위협했다. 앞서 환율이 1100원 아래에서 거래된 것은 2008년 9월 12일(종가 1109.1원) 장중 1097원까지 내려갔던 게 마지막이며, 종가 기준으로는 같은 달 10일에 1095.5원을 기록했다.

이에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월 중에 1100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우 NH선물투자 리서치센터장도 보고서를 통해 "2월 중 잠시 1100원 아래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미 상당 기간 이어진 1120원 중심의 공방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이나 2월 중 잠시 1100원 아래를 건드리는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열어둔다"며 "국내 증시가 막바지 화려한 시세 분출을 연출할 수 있는 데다가 유로달러 환율도 한 번쯤은 1.40달러대 회복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센터장은 "그러나 1100원 붕괴가 1000원대 환율로 안착하는 것을 의미하기보다는 마치 2007년 11월 초에 899.6원을 기어이 찍고서야 2002년 이후의 환율 하락세에 종지부를 찍고 돌아섰던 것과 비슷한 장세로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수출입 업체들이 예전처럼 하락하는 환율에 추격 매도에 나서거나 급등하는 환율이라고 매수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이 최근 완화됐고, 기술적으로도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본격적인 승부는 3월에 가서 펼쳐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이 센터장은 예상했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월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은 2월 중 1080~1130원 수준에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월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100원을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은 대내외 부정적인 요인의 영향이 정부정책의 변화 등에 제한당하며 안정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 펀더멘탈(기반 여건)에 대해 "지난 1월 미국 실업률이 급락세를 보이고 S&P 500기업 가운데 지난 4분기 실적을 발표한 308개 기업의 72%가 전망치를 뛰어넘는 등 미국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름을 알 수 있다"며 "이에 따른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2월 중에도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대비 46% 증가한 29억62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는 무역수지 흑자 기조 등 안정적인 펀더멘탈과 더불어 정부의 관리목표치(4%)를 웃도는 지난달 소비자물가(4.1%) 등에 외환 당국이 환율 절상을 용인하리라는 점 역시 1100원 붕괴 가능성의 근거로 꼽았다.

"다만, 지난달에 발생한 이집트 사태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 등이 전개된다면 일시적인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을 존재한다"고 조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