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당 1억2000만원.6일(현지시간) 그린베이 패커스의 승리로 끝난 제45회 미국 NFL 슈퍼볼 경기의 평균 TV 광고료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은 '30초짜리 승부'를 위해 거액의 베팅을 마다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광고 효과' 때문이다. 경기(60분)와 광고시간(46분)을 포함한 106분 동안 전 세계 미식축구 팬 1억명이 몰입하는 초대형 쇼가 슈퍼볼이다.

돈만 많다고 광고 배정 행운을 따는 것도 아니다. 중계방송사의 광고 심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까닭이다. 폭스TV가 독점 중계한 올해 경기는 물론 CBS,NBC 등이 맡은 과거의 중계에서도 일부 기업은 광고 배정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예선 탈락의 이유는 단순하다. 대개 너무 야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도메인 등록 업체인 '고우대디닷컴'이 대표적이다.

7일 CNN머니에 따르면 고우대디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38편의 슈퍼볼 광고를 거절당했다. 탈락 단골이다. 여기에는 2008년 '익스포저(노출)'라는 이름으로 제작한 회사 홍보광고도 포함돼 있다. 유명 글래머 스타가 애완용 비버를 안고 차에서 내리기 직전 파파라치들이 무엇인가 발견하고 눈을 휘둥그레 뜨는 장면이 주된 내용.속옷을 입지 않은 여성 모델 사진을 암시하는 '비버'라는 단어가 문제였다. 폭스TV 측은 "과도하게 노출 이미지를 주는 단어를 뺄 것을 광고주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금지 사유를 밝혔다. 고우대디 측은 궁여지책으로 이 광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호기심 많은 네티즌의 클릭이 폭주하면서 슈퍼볼 못지 않은 의외의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데이트 중개 업체인 애슬리메디슨의 광고는 더 노골적이다. 사바나 삼손이라는 포르노 배우를 출연시켰다가 올해 슈퍼볼 광고 기회를 날렸다. 사무직 여성으로 출연한 삼손은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고민하다 동료들과 자유연애를 즐긴다는 내용이다. 노엘 비더맨 애슬리메디슨 최고경영자는 "폭스TV는 우리 광고가 야하다고 했지만,사실은 업종 자체를 혐오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공익광고가 금지된 경우도 있다. '야하게 공익적'인 탓이다. 동물애호 단체인 PETA가 채식 권장을 위해 제작한 '베지러브'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여성 모델이 '과도한' 제스처로 채식 사랑 장면을 연출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의류와 머그컵 등을 파는 쇼핑몰인 '지저스해이츠오바마닷컴(Jesushatesobama.com)'은 버블헤드 인형(머리가 큰 인형)으로 만든 예수 인형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를 어항에 담긴 물에 밀어넣는 '풍자적 코믹 광고'를 만들었다. 그러나 사전심의를 거치지 못해 올해 슈퍼볼 광고 계획을 접어야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