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서 인플레이션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채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채권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통화당국이 선제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을 펴지 않으면 미국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작년 5월3일 이후 가장 높은 연 3.67%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는 4.73%로 작년 4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경기 회복과 국제 상품가격 상승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금리가 많이 오른 것은 미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시장참여자들은 전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채권 투자로 얻게 되는 원리금 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 채권의 매도 압력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강세장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 또 다른 배경으로 적자를 메우려는 연방정부의 국채 발행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주 중 720억달러어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인건비 상승도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1월 시간당 임금은 0.4% 상승했다. 200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월가 일부 채권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만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