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정례적으로 통화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3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후 1주일 정도 지나 기자회견을 갖는 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FRB는 통화정책과 관련,그동안 의회로부터 과도한 '비밀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론 폴 등 하원 의원들은 의회 산하의 회계감사원(GAO)이 통화정책 결정 과정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통과된 금융감독개혁법에도 이를 반영시키려다가 무산됐다. 버냉키 의장의 정례 기자회견 카드는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도 읽힌다.

그는 2009년 3월 미 CBS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파격을 보이며 소통에 관심을 나타냈다. FRB 의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22년 만에 처음이었다.

현재 미 FRB 의장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 가운데 유일하게 통화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갖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일본 중앙은행,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결정회의가 끝날 때마다 회견을 열어 주요 결정에 대한 배경과 전망,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분기에 한 번 기자회견을 갖는다.

물론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이 갖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즉석에서 답변하는 것이 시장에 괜한 불안을 야기하고,발언의 진의가 왜곡되면서 금융시장을 불필요하게 출렁이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 NBC방송과 인터뷰를 가진 뒤 미국 주가가 사상 최대의 폭락세를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