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눈물' 작곡가 와일드혼 "6·25 참전 아버지 그리며 작곡했죠"
"슬픈 음악은 사람의 영혼을 자극하죠.배우들도 슬픈 노래를 부를 때 100% 감정을 드러내잖아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3대 뮤지컬 중 하나인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52 · 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동방신기 출신 시아준수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대형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 음악도 그가 작곡했다. 1일 '천국의 눈물' 공연을 앞두고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찾은 그를 만났다.

"사랑의 감정처럼 음악에도 경계가 없습니다. 미국과 유럽,한국이 함께한 이번 작업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국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

그는 뮤지컬 작곡가 이전에 팝음악 작곡가였다. 그가 작곡한 팝뮤직 음반 판매량은 750만장을 넘는다. "열다섯 살 때부터 취미삼아 피아노를 쳐왔는데 스무 살무렵부터 깊숙하게 빠져들었죠.대학 졸업 후 작곡자로 나섰습니다. 1990년대 뮤지컬로 방향을 틀었어요. 1997년 브로드웨이 데뷔작이 '지킬 앤 하이드'였고 3년6개월간의 장기공연으로 자리를 잡았지요. "

그는 미국 체코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아시아에서 완성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의 아버지는 1950년 6 · 25전쟁에 참전했던 직업 군인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한국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천국의 눈물'을 작업하던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지요. 군인장을 치른 후 아픔과 그리움,전쟁과 인연,사랑에 대한 그때의 감정을 이 작품에 다 쏟아부었죠."

'천국의 눈물' 음악에는 동양적인 정서가 많이 묻어난다. 전쟁터에서 주인공 준이 부르는 '배워야만 했어'는 피리 연주로 애잔함을 더하고,전쟁의 잔혹함을 표현하는 '비처럼 내리는 불길'은 웅장함과 거친 리듬으로 관객의 심장을 때린다.

그는 이 작품의 대표곡으로 '내 말이 들리나요'를 꼽는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모든 이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스위스에서 초연한 '몬테크리스토'가 브로드웨이를 거쳐 아시아에 진출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낳은 '천국의 눈물'도 세계로 뻗어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