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⑧] 주원 KTB證 대표 “투자에 재미를 입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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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투자증권의 지점들은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널찍한 공간에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성글게 전시해 놨다. 선릉역 지점에선 소나무 사진으로 정평이 난 배병우 작가의 사진을 볼 수 있고, 삼성동 지점에서는 화가 배준성 씨의 ‘움직이는 그림’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이 증권사는 2008년 증권업 인가를 받은 이후 5곳의 지점을 모두 이런식으로 꾸몄다.
주원 KTB투자증권 대표(48ㆍ사진)는 ‘증권사 지점에 웬 미술품이냐’는 물음에 “상품이 아닌, 문화를 팔기 위해서…”라고 다소 추상적인 답을 내놨다. 주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후발 주자인 KTB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고객의 신뢰를 쌓아 종합 증권사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광고 많이하고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KTB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와 철학을 제시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을 한번 보세요. 아이폰이 새로 나오면 사람들이 한나절씩 줄을 서서 사려 합니다. 이들은 고객이라기 보다는 애플의 팬인 것이죠. 우리는 단순히 고객을 유치하려는 게 아니라 팬을 만들고 싶은 겁니다”
미술품 전시도 이런 맥락이란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단순히 돈 많은 ‘고상한’ 취미의 고객을 끌어 모으려는 게 아니라, KTB의 문화를 좋아하고 공감하는 투자자와 동행 하겠다는 의미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점과 함께 리테일(소매) 사업 강화의 또다른 한 축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 다른 증권사와 똑같이 만들지는 않겠다는 게 주 대표의 의지다. HTS는 고객 기반을 한번 구축해 놓으면 큰 투자 없이도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앞다퉈 점유율 경쟁을 하는 시장이다. 주 대표는 온라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1위 증권사로 성장한 키움증권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고만고만한 HTS 하나 더 내놓는다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투자와 재미,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수 있는 툴(tool)이 곧 나올 겁니다. 비밀이어서 더 말하긴 힘들지만 이미 작년 9월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물리적으로 결합한 시제품이 나왔는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재미있는 기능 몇 개를 더할 겁니다. 올 가을쯤엔 볼 수 있을 거예요”
KTB투자증권은 새 HTS를 위한 대규모 프로모션(판촉)도 계획하고 있다. 작년에 실적이 잘 나온 이유 중 하나도 프로모션 계획이 연기돼 비용을 덜 쓴 탓이 크다. KTB투자증권은 작년 2분기 누적(2010년 4월~9월) 기준 14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같은기간 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견주면 큰 폭의 ‘턴어라운드’를 이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3분기(2010년 10~12월) 실적도 1,2분기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테일에 이렇게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IB(기업금융)를 잘 하기 위해서다. 증권업 인가를 받기 이전 옛 KTB네트웍스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을 모아 사모펀드(PEF)를 조성한 뒤 이를 운용하거나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증권업에 진출했고, 기업공개(IPO)나 직접투자(PI) 같은 IB 쪽에 기대를 많이 걸었다. 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 탓에 IB 업계가 크게 위축된데다 기대만큼 PE 부문과 IB 부문의 시너지도 나지 않자 KTB투자증권은 2009년 궤도를 수정한다. 지점을 열고 HTS를 개발하는 등 리테일 공략에 나선 것.
“지금은 어느 분야에서든 잘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최근 일본까지 가서 성공한 소녀시대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그룹 전체로도 잘 하지만 유리, 티파티, 수영 등 멤버 하나하나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증권사 비즈니스도 바로 이런 것이죠. 리테일이 부진하면 법인 쪽에서 커버를 해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회사가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합니다”
지금은 채권 인수 부문과 증권사가 자기 돈을 굴리는 자산운용 쪽에서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데, 여기서 확보한 자금은 리테일 강화에 투입하겠다는 게 주 대표의 계획이다. KTB투자증권은 2009년 3월 주 대표가 온 이후 법인영업과 리서치센터, 자산운용 쪽 인원을 대폭 충원해 본사의 수익 기반을 만들었다.
앞으로 투자할 게 많아 보이는데 여력은 충분할까. 주 대표는 “일단 이익이 나는 것만 투입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기에 150억원 가까이 이익이 났으니 일 년 전체로 하면 300억원 이상의 이익도 가능한데, 이 정도 자금이면 부족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유상증자의 형태보다는 후순위채 발행 등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펀(fun)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내가 즐겁고 회사의 구성원들이 즐거워야 고객도 즐겁다는 의미다.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KTB 하면 ‘즐겁고 재밌다’는 생각이 떠오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회사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게임 대회를 열고, UCC(User Creative Contents) 공모전을 하는 것도 ‘펀 경영’의 일환이다.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UCC 공모전도 열 계획이라 한다. 또 HTS, MTS 등 새로 나올 시스템에도 ‘재미’가 반드시 가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에 재미를 입히겠다는 KTB의 다소 ‘엉뚱한’ 시도에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글=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
주원 KTB투자증권 대표(48ㆍ사진)는 ‘증권사 지점에 웬 미술품이냐’는 물음에 “상품이 아닌, 문화를 팔기 위해서…”라고 다소 추상적인 답을 내놨다. 주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후발 주자인 KTB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고객의 신뢰를 쌓아 종합 증권사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광고 많이하고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KTB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와 철학을 제시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을 한번 보세요. 아이폰이 새로 나오면 사람들이 한나절씩 줄을 서서 사려 합니다. 이들은 고객이라기 보다는 애플의 팬인 것이죠. 우리는 단순히 고객을 유치하려는 게 아니라 팬을 만들고 싶은 겁니다”
미술품 전시도 이런 맥락이란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단순히 돈 많은 ‘고상한’ 취미의 고객을 끌어 모으려는 게 아니라, KTB의 문화를 좋아하고 공감하는 투자자와 동행 하겠다는 의미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점과 함께 리테일(소매) 사업 강화의 또다른 한 축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 다른 증권사와 똑같이 만들지는 않겠다는 게 주 대표의 의지다. HTS는 고객 기반을 한번 구축해 놓으면 큰 투자 없이도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앞다퉈 점유율 경쟁을 하는 시장이다. 주 대표는 온라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1위 증권사로 성장한 키움증권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고만고만한 HTS 하나 더 내놓는다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투자와 재미,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수 있는 툴(tool)이 곧 나올 겁니다. 비밀이어서 더 말하긴 힘들지만 이미 작년 9월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물리적으로 결합한 시제품이 나왔는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재미있는 기능 몇 개를 더할 겁니다. 올 가을쯤엔 볼 수 있을 거예요”
KTB투자증권은 새 HTS를 위한 대규모 프로모션(판촉)도 계획하고 있다. 작년에 실적이 잘 나온 이유 중 하나도 프로모션 계획이 연기돼 비용을 덜 쓴 탓이 크다. KTB투자증권은 작년 2분기 누적(2010년 4월~9월) 기준 14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같은기간 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견주면 큰 폭의 ‘턴어라운드’를 이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3분기(2010년 10~12월) 실적도 1,2분기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테일에 이렇게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IB(기업금융)를 잘 하기 위해서다. 증권업 인가를 받기 이전 옛 KTB네트웍스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을 모아 사모펀드(PEF)를 조성한 뒤 이를 운용하거나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증권업에 진출했고, 기업공개(IPO)나 직접투자(PI) 같은 IB 쪽에 기대를 많이 걸었다. 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 탓에 IB 업계가 크게 위축된데다 기대만큼 PE 부문과 IB 부문의 시너지도 나지 않자 KTB투자증권은 2009년 궤도를 수정한다. 지점을 열고 HTS를 개발하는 등 리테일 공략에 나선 것.
“지금은 어느 분야에서든 잘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최근 일본까지 가서 성공한 소녀시대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그룹 전체로도 잘 하지만 유리, 티파티, 수영 등 멤버 하나하나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증권사 비즈니스도 바로 이런 것이죠. 리테일이 부진하면 법인 쪽에서 커버를 해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회사가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합니다”
지금은 채권 인수 부문과 증권사가 자기 돈을 굴리는 자산운용 쪽에서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데, 여기서 확보한 자금은 리테일 강화에 투입하겠다는 게 주 대표의 계획이다. KTB투자증권은 2009년 3월 주 대표가 온 이후 법인영업과 리서치센터, 자산운용 쪽 인원을 대폭 충원해 본사의 수익 기반을 만들었다.
앞으로 투자할 게 많아 보이는데 여력은 충분할까. 주 대표는 “일단 이익이 나는 것만 투입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기에 150억원 가까이 이익이 났으니 일 년 전체로 하면 300억원 이상의 이익도 가능한데, 이 정도 자금이면 부족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유상증자의 형태보다는 후순위채 발행 등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펀(fun)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내가 즐겁고 회사의 구성원들이 즐거워야 고객도 즐겁다는 의미다.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KTB 하면 ‘즐겁고 재밌다’는 생각이 떠오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회사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게임 대회를 열고, UCC(User Creative Contents) 공모전을 하는 것도 ‘펀 경영’의 일환이다.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UCC 공모전도 열 계획이라 한다. 또 HTS, MTS 등 새로 나올 시스템에도 ‘재미’가 반드시 가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에 재미를 입히겠다는 KTB의 다소 ‘엉뚱한’ 시도에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글=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