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사실상 시작되면서 이미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의 추가 확산을 막는 데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구제역이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8개 시 · 도로 퍼진 마당에 연휴기간 동안 귀성객과 차량의 대이동을 통해 추가로 번질 경우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중 전국의 이동인구가 3173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고 보면 보통 걱정스럽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구제역은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낳았다. 이미 살처분 가축 수가 3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얼마전 구제역으로 인한 국내 축산업의 피해액을 16억달러(1조7800억원 상당)로 추산했지만 이미 2조원을 웃돌아 3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여기에 피혁공장들이 가죽이 크게 모자라 수입량을 늘리고 있고,육류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등 경제적 손실은 축산업의 붕괴에만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구제역 백신은 한우 362만마리에 대한 접종이 완료되고 돼지도 1차 접종이 끝났다. 하지만 감염차단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연휴기간 인구이동을 통해 아직 구제역이 번지지 않은 지역까지 확산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만큼 관계 당국은 구제역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과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차량이 통행하는 주요 도로의 방역초소를 늘리고 축산농가도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에 대한 소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귀성객과 여행객들이 불편이 따르더라도 구제역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온 국민이 축산농가와 방역에 잠시도 쉴 틈이 없는 관련 공무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