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이집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중동지역의 불안정,그에 따른 국제유가의 불안 때문만이 아니다. '백색의 금(金)'으로 불리는 면화(綿花)도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많다. 이집트산 면화는 '극세사(極細絲)'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섬유가닥을 가늘고 길게 뽑아낼 수 있어 세계 최고 품질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소요 사태로 이집트산 면화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근 수에즈 운하가 정상적인 가동을 하지 못할 경우가 특히 문제다. 원유는 물론 면화 관련 섬유제품 유통도 힘들어지는 까닭이다. 이집트 섬유산업은 원유를 제외한 일반 제조업 부문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가뜩이나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면화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7일 국제 면화가격은 미국 뉴욕국제선물시장에서 파운드당 1.6939달러로 마감,1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 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면화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면화만큼이나 민감한 부문이 금융시장이다. 시위 발생 직후 은행권이 문을 닫았음에도 벌써 수십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영업을 재개할 경우 그나마 남아 있는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버리는 이른바 '뱅크런'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버트 매키넌 ASAS캐피털 수석투자담당은 "외환 투자자들이 이집트 파운드 매도 포지션을 늘릴 때가 최악의 단계"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