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지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악재 속에서도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항공사들의 이 같은 실적은 소비자들의 불편을 담보로 거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은 "미 8개 주요 항공사들이 지난해 거둔 순익은 10년 만의 최대치인 총 50억달러에 달했다"며 "그러나 이 같은 실적은 경기 회복에 따른 승객 수요 증가보다는 운항 편수 감소 및 요금 증가 등 쥐어짜기에서 비롯됐다"고 31일 보도했다.

◆유가 급등에도 10년 만에 최대 이익

미국 2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지난해 4분기에 19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델타가 4분기에 흑자를 기록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총 순이익도 5억9300만달러로,전년 동기 1억2400만달러 순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유나이티드와 콘티넨털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항공사로 탄생한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은 지난해 4분기에 3억25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 회사 간 합병에 소요된 비용을 제외하면 1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3위인 아메리칸항공도 지난해 4분기에 97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지만,전년 동기 3억4400만달러에서 적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에선 일반적으로 4분기에 비즈니스 출장 감소로 실적이 악화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 항공사의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미 8개 주요 항공사가 지난해 올린 총 순이익은 50억달러에 달했다.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들 8개 항공사는 2009년엔 2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항공업계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거둔 실적이다.

◆소비자 불편을 담보로 이익 거둬

항공사들의 이 같은 실적의 뒤편에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AP통신은 지난해 항공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가장 큰 원인은 항공기 운항 횟수를 줄인 데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승객 수요 증가보다는 단순 원가 절감을 통해 순익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미 교통통계국(BTS)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총 승객 수는 전년에 비해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신 노선 운항 횟수를 줄이면서 좌석 예약률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좌석 예약률은 지난 10년간 평균치(50%)를 넘어선 82%에 달했다. 또 좌석 크기를 줄이면서 편당 좌석 수를 늘렸다.

항공사들은 지난해 요금도 전년 대비 평균 14%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는 "지난해 델타와 사우스웨스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요금을 올렸다"며 "요금 증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사들은 승객 수하물에 매기는 요금을 통해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기존에 무료이던 수하물 요금을 1인당 최소 25달러까지 부과하면서 이익을 챙긴 것이다. AP통신은 지난해 항공사들이 승객 수하물 요금으로 올린 수익이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 교통부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