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1회째인 세계경제포럼(WEF · 다보스포럼)이 30일 막을 내렸다. 올해 회의에서는 지구촌 경제의 중심이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현실과 유로존 재정위기,세계경제 회복 전망,중동과 북아프리카 민주화시위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세계 정치 · 경제 · 학계의 인사 25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도 '화려한' 외형과 달리 이렇다 할 구체적 결론이나 실천적인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한 채 '갑론을박'만 되풀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로존,문제 없다" 낙관론만 무성

유럽 당국자들은 유로화의 미래와 위기 상황에 대해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29일 사면초가 위기에 몰린 유로존이 최악의 채무 위기를 막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5일 50억유로에 달하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첫 채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유로존이 (위기의) 모퉁이를 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이날 한 토론에서 "유로존 국가들에 더 이상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며 "회원국들이 이번 위기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고 경제사회적 정책에 이를 결합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이들이 재정위기 국가들에 백지수표를 써주려는 심사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다보스에서는 비록 유로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낙관론만 난무했다"며 "그리스의 국채를 살 것인지,EFSF를 확충할 것인지 혹은 그리스의 디폴트를 용인할지 등 시장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무역불균형 합의점 못 찾아

선진국과 신흥국들 사이에 가장 뜨거운 논쟁이 일 것으로 예상됐던 인플레이션과 무역불균형 문제에 관해서도 관련국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포럼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세계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며 "그러나 신흥국가에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중) 특히 중국이 이 도전을 잘 관리해나가기 위해 달러와의 환율 유연성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무차별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중국에 인플레이션 부담을 가져온다며 맞받아쳤다. 지난해부터 평행선을 달려온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논쟁이 다보스에서도 되풀이된 것이다.

인플레 문제에 관해서는 프랑스도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글로벌 국가들은 모두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불안을 염려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정책 당국자들은 다보스에서 인플레 및 무역불균형에 관련한 논의가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29일엔 100여명의 시위대가 현지에서 포럼 반대 가두시위를 벌였다. AP통신은 "이 같은 시위는 닷새간의 회의가 세계 기업인들과 정치 엘리트들의 화려한(fancy) 잔치일 뿐 일반 시민과의 공감대가 없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고 풀이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