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

PK투자자문은 독특하다. 선물옵션 투자의 재야고수 성필규씨(42)가 제도권으로 진입하며 설립했다는 사실이 우선 세인들의 관심을 끈다.

'알바트로스'는 성필규 PK투자자문 회장이 즐겨 사용하던 필명이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성 회장은 대학 재학시절부터 주식투자에 심취했었고, 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학교 상징물인 '앨버트로스'를 필명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활쫙 편 날개 길이가 2m에 이르는 큰 새 알바트로스가 비행력이 가장 강한 새 중 하나라는 점을 안다면 세번의 지독한 실패 뒤 지금의 거부가 되기까지 성 회장의 질긴 인생역정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다수 투자자문사가 천편일률적으로 주식투자 위주라면 PK투자자문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특화된 투자자문사라는 점이다. 선물옵션 투자 중에서도 안정성을 추구하는 시스템 트레이딩 투자만 한다.

지난해 성 회장은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박아 자문사를 차렸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PK투자자문에서는 흔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볼 수 없다. 현물(주식)이 아닌 선물을, 그것도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거래하는 시스템 트레이딩만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매매와 관련된 규칙을 사전에 컴퓨터상에 프로그램화한 후 정해진 규칙대로 컴퓨터가 100% 매매하는 거래 방법이 시스템 트레이딩이다. 5년 이상 축적된 시스템 운용 노하우로 주가 등락과 관계없이 절대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선물 시스템 트레이딩은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헤지펀드들이 이용할 정도로 보편화된 투자기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증권회사 직원에게도 설명을 해줘야 알아 들을 정도로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돼 있다.

"컴퓨터가 돈을 벌어준다는 게 말이 돼?", "선물옵션 등 파생투자는 도박 아냐"

성 회장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제도권 투자자문사를 차린 것도 이런 편견을 깨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주식에서 실패한 사람이 선물로 가고, 선물에서 실패한 사람이 옵션투자로 눈을 돌리죠. 하지만 주식보다 선물이 한 단계 복잡하고, 옵션은 또 선물보다 한 단계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식투자로 실패한 사람들이 더 복잡한 파생에서 레버리지를 높여 손실을 만회해 보겠다고 나선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주식보다 훨씬 역동적인 선물시장에서 개인이 돈을 벌 확률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스템 트레이딩을 고집하는 것입니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투자 안정성이 뛰어나다. 선물시장에서 체득한 각종 노하우를 컴퓨터 시스템에 프로그램밍하기 때문에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투자를 할 수 있다. 차디찬 가슴을 가진 기계가 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과 달리 그야말로 '제로섬' 게임인 선물시장은 누군가 잃으면 그 반대편에 선 누군가는 분명히 큰 수익률을 내게 돼 있다. 역동적이고 고수익이 가능하다. 다만 어디까지나 철저한 룰에 의해 투자하는 기계적 사고가 필요하다.

주가지수가 내리던 오르던 아무 상관없다. 오직 추세와 방향성을 제대로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 회장은 하락장에 대한 대비책을 강조했다.

"코스피지수가 900에서 2100까지 오르는 동안 제대로된 조정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5월 유럽발(發) 재정위기 여파로 1700에서 1500까지 10% 내외의 조정이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하락장에 대비해야 하고 그 대안 중 하나가 시스템 트레이딩이란데 털끝 만큼의 의심도 없습니다"

실제 성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그동안 벌었던 것과 비슷한 돈을 가장 짧은 기간에 모았다. 선물투자의 핵심인 방향성과 변동성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운용자가 생각하고 있는 시장논리를 컴퓨터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주가지수가 최근 5일동안 저점을 밑돌면 선물로 매도한든지, 5일동안 고점을 돌파하면 매수하겠다든지 하는 팩터(Factor)들을 프로그램화 시켜 컴퓨터가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장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캐치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시장을 관찰해야 한다.

성 회장은 선물옵션 시장이 주식을 넘어서며 주류가 될 수는 없다고 고백했다. 다만 변동성 장세의 안전한 대안 역할은 충실히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안정성과 일정정도의 원하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고객들은 시스템 트레이딩 전문 자문사를 노크하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인식이 나쁜 것이 사실이지만 시스템 트레이딩은 분명히 다르다"며 "선물옵션 투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실패했다면 누군가는 크게 벌었을테고 PK투자자문은 그중 고수익을 기록한 몇 안되는 팀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존재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