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기업에 1조2000억원이 투자될 전망이다. 2000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투자 1순위 자리에는 최근 스마트폰 붐에 힘입은 정보기술(IT) 분야가 3년 만에 복귀했다.

중소기업청과 벤처캐피탈협회는 이 같은 내용의 올해 투자전망 및 모태펀드 출자사업계획을 27일 발표했다.

중기청과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지난해 벤처 경기가 부활하고 투자가 활황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도 그 열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의 신규 벤처투자액은 전년 대비 25.8% 증가한 1조910억원으로 10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수요 측면에서 창업 급증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됐고 공급 측면에서는 정책금융공사,국민연금 등이 출자를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주식시장 회복,정부의 신성장 · 녹색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이 벤처 부활에 힘을 보탰다.

올해는 벤처캐피털 103곳을 대상으로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88곳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답이 34.1%로 가장 많았고 일반제조(31.0%),엔터테인먼트(14.0%) 순이었다. IT 분야 투자비중이 30%를 넘는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IT 투자비중은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50%에 육박했지만 이후 벤처캐피털의 관심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20%대로 주저앉았고 2009년과 작년엔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일반제조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밀렸다.

올해 모태펀드는 2285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보다 4.3% 늘어난 규모다. 신성장 분야에 1525억원,문화산업에 500억원,특허사업화에 200억원,한국영화에 60억원이 각각 투자된다. 중기청은 1,2차 정기출자 외에 수시 출자 비중을 작년 18%에서 올해는 50%로 늘려 벤처캐피털들이 적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중기청은 모태펀드를 출자하면서 벤처캐피털의 초기기업 투자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벤처캐피털이 창업초기펀드를 운용할 경우 수익률이 5%를 넘어야 모태펀드로부터 성과보수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원금만 유지해도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5% 이상 수익이 나면 모태펀드는 초과수익을 받지 않고 다른 출자자에게 그만큼 많이 배분된다.

창업초기펀드의 투자 대상도 확대된다. 설립한 지 3년이 넘어 초기기업에서 제외된 기업들도 매출액 대비 연구 · 개발(R&D) 비중이 5% 이상이고 매출이 10억원 이하면 초기기업 자격을 유지해 주기로 했다.

중기청은 벤처캐피털의 해외투자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창업법을 개정해 해외투자한도(40% 이내)와 국내기업 10% 이상 선투자 의무를 폐지할 예정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