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를 제멋대로 쓰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품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주택관리업체들도 일감을 따내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에 로비를 하면서 관리비를 과다 징수하는 등 엉터리 관리서비스를 해 온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4~6월 서울시 아파트 중 1997개 단지를 대상으로 관리비 부과 · 집행 등 공동주택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감사원이 공동주택 관리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등 동대표 4명은 회장을 번갈아 맡으면서 장기수선충당금 1억7000만원을 입찰공고나 계약서 없이 특정 업체에 공사를 맡긴 뒤 지급하고 대가로 금품을 받아챙기는 등 관리비를 멋대로 사용했다. 이들 4명과 관리사무소 직원 2명은 모 건설사 대표에게 "관리비를 못 내 동대표에 출마 못한다"며 돈을 요구했고,돈을 주지 않자 2~3일간 공사를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했다. 이들은 노래방 등에서 향응을 받으며 공사 수주 대가로 4600여만원을 수수했다. 감사원은 이들 6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주택관리업체들이 아파트 관리 업무를 맡으려고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로비를 하며 각종 비리를 저지른 반면 입주자를 위한 효율적인 관리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내 주택관리업체 236개 중 절반을 넘는 126개가 등록 요건에 미달한 부실업체였다. 이 중 21개는 감사 기간 자진 폐업하기도 했다. 강남구 B아파트의 경우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잘못 선택해 입주자들이 최근 2년간 7억717만원의 전기요금을 더 부담하는 등 서울시내 817개 단지 중 340개 단지에서 같은 기간 전기요금을 161억원이나 더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동구 C아파트는 3년간 전기요금 잉여금 1억3000만원을 관리사무소 직원 단합비,동대표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으며,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잘못된 조례에 근거해 입주자들에게 연간 5억8000여만원의 수도요금을 과다 부과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측은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