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펀드매니저로 화려하게 변신한 3명의 전직 애널리스트들이 운용한 펀드의 성과는 어땠을까. 증시 흐름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조언자'에서 실제로 주식을 매매하는 '선수'로 뛰게 된 이들은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냈지만 기대만큼의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2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이 지난해 9월부터 모델 포트폴리오를 짜온 '우리쥬니어네이버적립식1' 펀드 수익률은 21.45%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9.47%였다. 김 본부장이 삼성증권에서 자동차 분야의 국내 정상급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온 것을 감안하면 미흡한 성과란 평이다.

지난해 4월부터 IBK자산운용에서 'IBK그랑프리포커스배당1' 펀드를 운용해온 서정광 전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9.08%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배당주펀드의 평균 수익률(22.62%)에 못 미친다.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에서 산은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으로 옮긴 뒤 최근 주식운용본부장을 겸임하게 된 임정석 상무의 경우 직접 운용하는 펀드는 없다. 하지만 그의 재임 기간에 산은자산운용의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이 21.26%로,49개 운용사(국내주식형 설정액 100억원 이상) 중 45위에 머물렀다.

한 펀드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이 시황이나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펀드는 종목 선택과 비중 조절,매매 타이밍의 싸움인데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3명 모두 정상급 애널리스트였던 만큼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가시화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펀드매니저로 적응하는 데 있어서 애널리스트와는 달리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김 본부장은 "골프로 치면 코치에서 선수로 역할이 바뀐 것처럼 조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견을 듣고 실제로 행동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며 "애널리스트 전망은 시장 변화에 따라 틀릴 수도 있지만 펀드매니저의 실수는 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게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