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기자들이 무너뜨린 후진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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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예정된 질문자는 미국 기자 2명,중국 기자 2명.
미국 측 1번 저격수 벤 펠러 AP 기자가 한 방을 날렸다. 날이 잔뜩 선 질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에게 각각 던졌으나 사실은 후 주석을 겨냥했다. 기자라면 누구나 후 주석에게 직접 묻고 싶었던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문제였다.
"오바마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을 억압하고,검열하는 국가와 미국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미국민들에게 설명해 달라.후 주석께도 자국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실지 기회를 드리겠다. "
답변을 끝낸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을 바라봤다. 회견장을 메운 전 세계 300여명의 기자들이 숨을 죽였다. 후 주석은 말이 없었다. 중국의 국영 CCTV 기자가 질문할 차례라며 잽싸게 손을 들어 흐름을 끊었다. 물론 인권과 거리가 먼 질문을 했다. 이어 미국 측 한스 니콜스 블룸버그 기자가 2탄을 날렸다. "후 주석께서는 동료 기자가 인권에 대해 물었을 때 답을 안 주셨다. 대답해 주실 수 있나?"
후 주석이 그제서야 입을 뗐다. "통역 문제로 인권 관련 질문을 듣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께 하는 질문인 줄 알았다. 이제 질문을 정확하게 잘 들었다. 중국은 인권에 대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 그가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로 자국 내 인권 문제를 시인했다. 반체제 인사로 수감 중인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큰 진전이다.
후 주석은 질의응답 전 모두 발언에서 인권이라는 단어를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뒤 배포된 공동성명문에는 인권과 관련,미국이 중국 내부의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아 한다는 점이 명시됐다. 미국 측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넘어갔을 것이다.
다음 날 미 의회를 찾은 후 주석은 재차 굴욕을 당했다. 미국의 한 기자가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독재자로 지칭한 후 주석과 어떻게 악수를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옆에 있던 후 주석을 염두에 둔 조롱이다. 리드는 후 주석이 방미하기 직전 그를 독재자로 비난한 주인공이다.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CCTV 등 중국 언론이 후 주석의 인권 문제 시인과 의회 에피소드를 보도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국과 동등한 국제적 지위에 올라섰다며 정부 홍보만 늘어놨을 뿐이다.
후 주석은 2009년 11월 베이징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모두발언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미국 측 기자단은 단단히 별렀다. 이번에는 백악관에 강력하게 촉구해 회견이 성사됐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자들의 불만을 절묘하게 활용해 전 세계를 향한 후 주석의 인권 개선 약속을 받아낸 셈이다. 중국이 보잉기 200대 수입 등 450억달러어치의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겨 인권 이슈를 희석시키려 했으나 언론의 '감시망'에 걸린 것이다.
양국은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올해 중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베이징을,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시 부주석은 내년 후 주석의 자리를 승계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인권을 제대로 개선토록 하는 지름길은 간단할 수도 있다. 자국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중국 지도자들을 해외의 자유언론 무대로 적극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 부주석이 다음 타깃이다.
워싱턴=김홍열 comeon@hankyung.com
미국 측 1번 저격수 벤 펠러 AP 기자가 한 방을 날렸다. 날이 잔뜩 선 질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에게 각각 던졌으나 사실은 후 주석을 겨냥했다. 기자라면 누구나 후 주석에게 직접 묻고 싶었던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문제였다.
"오바마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을 억압하고,검열하는 국가와 미국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미국민들에게 설명해 달라.후 주석께도 자국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실지 기회를 드리겠다. "
답변을 끝낸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을 바라봤다. 회견장을 메운 전 세계 300여명의 기자들이 숨을 죽였다. 후 주석은 말이 없었다. 중국의 국영 CCTV 기자가 질문할 차례라며 잽싸게 손을 들어 흐름을 끊었다. 물론 인권과 거리가 먼 질문을 했다. 이어 미국 측 한스 니콜스 블룸버그 기자가 2탄을 날렸다. "후 주석께서는 동료 기자가 인권에 대해 물었을 때 답을 안 주셨다. 대답해 주실 수 있나?"
후 주석이 그제서야 입을 뗐다. "통역 문제로 인권 관련 질문을 듣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께 하는 질문인 줄 알았다. 이제 질문을 정확하게 잘 들었다. 중국은 인권에 대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 그가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로 자국 내 인권 문제를 시인했다. 반체제 인사로 수감 중인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큰 진전이다.
후 주석은 질의응답 전 모두 발언에서 인권이라는 단어를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뒤 배포된 공동성명문에는 인권과 관련,미국이 중국 내부의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아 한다는 점이 명시됐다. 미국 측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넘어갔을 것이다.
다음 날 미 의회를 찾은 후 주석은 재차 굴욕을 당했다. 미국의 한 기자가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독재자로 지칭한 후 주석과 어떻게 악수를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옆에 있던 후 주석을 염두에 둔 조롱이다. 리드는 후 주석이 방미하기 직전 그를 독재자로 비난한 주인공이다.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CCTV 등 중국 언론이 후 주석의 인권 문제 시인과 의회 에피소드를 보도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국과 동등한 국제적 지위에 올라섰다며 정부 홍보만 늘어놨을 뿐이다.
후 주석은 2009년 11월 베이징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모두발언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미국 측 기자단은 단단히 별렀다. 이번에는 백악관에 강력하게 촉구해 회견이 성사됐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자들의 불만을 절묘하게 활용해 전 세계를 향한 후 주석의 인권 개선 약속을 받아낸 셈이다. 중국이 보잉기 200대 수입 등 450억달러어치의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겨 인권 이슈를 희석시키려 했으나 언론의 '감시망'에 걸린 것이다.
양국은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올해 중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베이징을,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시 부주석은 내년 후 주석의 자리를 승계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인권을 제대로 개선토록 하는 지름길은 간단할 수도 있다. 자국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중국 지도자들을 해외의 자유언론 무대로 적극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 부주석이 다음 타깃이다.
워싱턴=김홍열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