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피해 미국行 '골프난민'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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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 출신 베가스 봅호프클래식 우승
연장전서 볼 물에 빠뜨리고도 '파세이브 드라마'
연장전서 볼 물에 빠뜨리고도 '파세이브 드라마'
'2 · 4라운드 선두,한 홀을 남길 때까지도 1타차 선두,마지막 파5홀 보기로 연장 허용,연장전에서 물에 빠뜨리고도 뛰어난 파세이브로 우승.'
2011시즌 미국PGA투어 세 번째 대회의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가려졌다. 그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는 최초로 미PGA 투어카드를 딴 조나탄 베가스(27)다. 베가스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PGA웨스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에서 끝난 봅호프클래식에서 5라운드 합계 27언더파 333타로 게리 우드랜드,빌 하스(이상 미국)와 공동선두를 이룬 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천금같은 파세이브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투어 첫승이자 베네수엘라 선수 최초의 우승이다.
◆우승상금 10억원'잭팟'
2,4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나서며 우승을 노렸던 베가스는 이날 17번홀까지 경쟁자들에게 1~2타 앞섰다. 18번홀은 길이 543야드의 짧은 파5홀.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후 세 번의 샷 끝에 그린에 오른 베가스의 볼은 홀에서 14m 정도 떨어졌다. 쉽지 않은 라인이었으나 '2퍼트 파'만 해도 우승인 상황.첫 퍼트가 홀을 2.5m나 지나갔지만 여전히 기회는 있었다. 투어프로가 그 거리에서 성공할 확률은 약 50%다. 그러나 첫승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베가스의 파퍼트는 홀을 외면했고 우드랜드,하스와 함께 연장에 돌입했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 경기에서 베가스와 우드랜드가 버디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고,2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하스는 파로 탈락했다. 연장 두 번째 홀 경기는 10번홀(파4 · 459야드)에서 열렸다. 첫 연장 승부에 대한 중압감 탓이었는지 베가스의 티샷은 왼쪽 워터해저드로 들어가버렸다. 그의 첫승이 물건너가는 듯했다. 우드랜드는 망설이지 않고 아이언을 꺼냈다. 안전하게 쳐서 파로 우승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베가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페널티 드롭을 한 후 코스맵을 꼼꼼하게 살폈다. 우드랜드의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진 것을 본 베가스는 세 번째 샷을 홀옆 4m 지점에 떨궜다. 이때도 우드랜드가 벙커샷을 붙여 파만 세이브해도 우승은 그의 차지가 될 성싶었다. 우드랜드도 긴장했던 것일까. 벙커샷은 홀을 8m나 지나쳐버렸다. 베가스보다 더 멀었다.
우드랜드의 파퍼트 역시 홀을 훌쩍 지난 것을 확인한 베가스는 침착하게 퍼터를 움직였다. 볼이 홀 가운데로 떨어지는 순간 어퍼컷 세리머니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명 선수의 '아메리칸 드림'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베가스는 숨죽이며 곁에서 지켜보던 어머니와 포옹하며 잭팟(우승상금 10억원)의 감격을 만끽했다.
◆"차베스 골프에 대한 인식 바꿔야"
베가스는 어렸을 적에 빗자루로 플라스틱공과 돌멩이를 치며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당시 베네수엘라 사정은 골프를 하기에 녹록지 않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골프는 부르주아의 놀이'라며 골프장을 줄줄이 폐쇄시켰다. 베가스는 골퍼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나이 17세였다.
"처음 가 본 미국에서 영어와 골프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요. 인내와 끈기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역경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골프도 전투적인 스타일이 됐습니다. "
베가스는 우여곡절 끝에 텍사스대에 들어가 골프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고 프로가 돼 지난해까지 2부(네이션와이드)투어에서 활약했다. 베가스는 지난해 상금랭킹 7위로 당당히 투어카드를 받았고 그에게는 '베네수엘라 출신 최초의 미 PGA투어프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308.7야드.출전선수 랭킹 3위에 해당하는 파워를 갖췄다. 첫 연장전에서,통산 다섯 번째로 출전한 투어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은 데서 보듯 배짱과 쇼트게임 · 퍼트 솜씨도 신인답지 않게 뛰어나다는 평가다.
베가스는 "미PGA투어 우승은 특별하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조국에도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께서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계 케빈 나(28 · 타이틀리스트)는 합계 24언더파 336타로 투어에서 드라이버샷 거리가 가장 짧은 브라이언 게이(미국)와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2011시즌 미국PGA투어 세 번째 대회의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가려졌다. 그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는 최초로 미PGA 투어카드를 딴 조나탄 베가스(27)다. 베가스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PGA웨스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에서 끝난 봅호프클래식에서 5라운드 합계 27언더파 333타로 게리 우드랜드,빌 하스(이상 미국)와 공동선두를 이룬 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천금같은 파세이브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투어 첫승이자 베네수엘라 선수 최초의 우승이다.
◆우승상금 10억원'잭팟'
2,4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나서며 우승을 노렸던 베가스는 이날 17번홀까지 경쟁자들에게 1~2타 앞섰다. 18번홀은 길이 543야드의 짧은 파5홀.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후 세 번의 샷 끝에 그린에 오른 베가스의 볼은 홀에서 14m 정도 떨어졌다. 쉽지 않은 라인이었으나 '2퍼트 파'만 해도 우승인 상황.첫 퍼트가 홀을 2.5m나 지나갔지만 여전히 기회는 있었다. 투어프로가 그 거리에서 성공할 확률은 약 50%다. 그러나 첫승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베가스의 파퍼트는 홀을 외면했고 우드랜드,하스와 함께 연장에 돌입했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 경기에서 베가스와 우드랜드가 버디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고,2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하스는 파로 탈락했다. 연장 두 번째 홀 경기는 10번홀(파4 · 459야드)에서 열렸다. 첫 연장 승부에 대한 중압감 탓이었는지 베가스의 티샷은 왼쪽 워터해저드로 들어가버렸다. 그의 첫승이 물건너가는 듯했다. 우드랜드는 망설이지 않고 아이언을 꺼냈다. 안전하게 쳐서 파로 우승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베가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페널티 드롭을 한 후 코스맵을 꼼꼼하게 살폈다. 우드랜드의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진 것을 본 베가스는 세 번째 샷을 홀옆 4m 지점에 떨궜다. 이때도 우드랜드가 벙커샷을 붙여 파만 세이브해도 우승은 그의 차지가 될 성싶었다. 우드랜드도 긴장했던 것일까. 벙커샷은 홀을 8m나 지나쳐버렸다. 베가스보다 더 멀었다.
우드랜드의 파퍼트 역시 홀을 훌쩍 지난 것을 확인한 베가스는 침착하게 퍼터를 움직였다. 볼이 홀 가운데로 떨어지는 순간 어퍼컷 세리머니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명 선수의 '아메리칸 드림'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베가스는 숨죽이며 곁에서 지켜보던 어머니와 포옹하며 잭팟(우승상금 10억원)의 감격을 만끽했다.
◆"차베스 골프에 대한 인식 바꿔야"
베가스는 어렸을 적에 빗자루로 플라스틱공과 돌멩이를 치며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당시 베네수엘라 사정은 골프를 하기에 녹록지 않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골프는 부르주아의 놀이'라며 골프장을 줄줄이 폐쇄시켰다. 베가스는 골퍼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나이 17세였다.
"처음 가 본 미국에서 영어와 골프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요. 인내와 끈기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역경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골프도 전투적인 스타일이 됐습니다. "
베가스는 우여곡절 끝에 텍사스대에 들어가 골프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고 프로가 돼 지난해까지 2부(네이션와이드)투어에서 활약했다. 베가스는 지난해 상금랭킹 7위로 당당히 투어카드를 받았고 그에게는 '베네수엘라 출신 최초의 미 PGA투어프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308.7야드.출전선수 랭킹 3위에 해당하는 파워를 갖췄다. 첫 연장전에서,통산 다섯 번째로 출전한 투어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은 데서 보듯 배짱과 쇼트게임 · 퍼트 솜씨도 신인답지 않게 뛰어나다는 평가다.
베가스는 "미PGA투어 우승은 특별하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조국에도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께서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계 케빈 나(28 · 타이틀리스트)는 합계 24언더파 336타로 투어에서 드라이버샷 거리가 가장 짧은 브라이언 게이(미국)와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