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이름 지어진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은 한편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다.

청해부대는 21일 새벽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9시58분(현지시간 오전 4시58분)에 작전을 시작했다. 해적 13명과 선원 21명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군사작전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군은 6단계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저격수,조준 사살

해적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최영함(4500t급)의 5인치 함포가 먼저 불을 뿜었다. 엄청난 함포 소리에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해적들은 잠에서 깰 여유도 없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이 틈을 타 링스헬기가 출동했다. 링스헬기 또한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K-6 기관총 수백 발을 선교 등으로 발사했다. 이는 해군특수전 부대인 UDT(수중파괴대 · Underwater Demolition Team) 작전팀의 안전한 승선을 위해 선교에 있던 해적들을 선실 내로 몰아넣기 위해서였다.

링스헬기에 탑승한 저격수가 선교에 있던 해적 1명을 조준 사살하자 해적 5~6명은 선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링스헬기는 우리 선원들만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 우리말로 "지금 진입 작전이 시작됐다. 선원들은 전부 바닥에 엎드려라"고 수차례 경고방송을 했다. 저격용 소총 등으로 무장한 2개 작전팀 20여명이 선교를 장악하고 이어 선교 하단으로 진입해 격실과 기관실 등 57개 격실을 차례로 장악해 나갔다. 장악된 격실에는 빨간색 스프레이로 '×'표시를 했다.

AK 소총과 기관총,RPG-7(휴대용 로켓)로 무장한 해적들은 저항하다가 사살되거나 투항해 생포됐다. 작전 끝 무렵에 해적 4명이 AK 소총을 발사하며 끝까지 저항하면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해적 2명은 죽고 2명은 생포됐다. 작전 3시간 만에 해적 13명 가운데 8명은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다. 작전개시 4시간 58분이 지난 오후 2시56분(현지시간 오전 9시56분) 상황은 완전히 종료됐다.

◆작전,실시간 중계

삼호주얼리호 선장은 작전과정 중 해적이 쏜 총에 배를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장은 응급치료를 받고 청해부대 군의관과 함께 미군 지원 헬기를 이용해 인근 국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을 당한 선장은 작전기간 기지를 발휘해 해적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배를 지그재그로 운항해 속도를 늦췄다. 상선 통신망을 통해 해군부대에 내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작전 수행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팀 전원은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헬멧을 착용하고 작전에 투입됐다.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은 국방부 청사 지하에 있는 군사지휘본부로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작전팀이 바라보는 물체와 현장 상황이 그대로 전달돼 합참 주요 관계자들도 앉아서 작전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의 도움도 컸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항으로부터 해적의 모선이 합류하기 위해 출항한다는 첩보를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았다. 해적들이 합류하면 작전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 작전을 개시했다. 인접국인 오만도 연합 해군사령부(CTF-151) 소속 경비정을 보내 우리의 작전을 도왔다. 자유를 되찾은 삼호주얼리호는 오만의 샬랄라항으로 이동을 시작해 다음 주 초쯤 도착할 예정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