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5일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삼호주얼리호 납치 사건이 발생한 이후 줄곧 "협상 불가,석방금 지급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에서 활동 중이던 해군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최영함(4500t급)을 2000㎞ 떨어진 피랍 현장으로 급파, 전격적인 기동작전을 펼쳤다. 해적에 의해 피랍된 선박 및 선원에 대한 최초의 해외 군사작전이었다. 이 같은 결단은 지난해 4월 발생해 217일 만에 종료된 삼호드림호 사건의 악몽과 맞물려 있다.

삼호드림호 선사(船社)인 삼호해운은 해적들에게 몸값 950만달러(106억원)라는 사상 최고액을 지불했다. 해적들이 같은 회사의 삼호주얼리호를 노린 것은 삼호드림호 학습 효과 때문이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삼호드림호 사건 당시 거액의 석방금을 주면서 결과적으로 해적에 끌려다닌 인상을 남겼고 국격이 훼손됐다"며 "이번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을 통해 악순환을 끊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이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경우 "한국의 체면이 손상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한국인은 해적이나 테러단체의 '봉'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했다는 후문이다.

삼호주얼리호를 포함, 2006년 이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한국 선적과 한국인이 탄 선박은 9척에 이른다. 삼호드림호 외에 지난해 10월9일 케냐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금미305호(한국인 2명 승선) 사건은 발생 100일이 지났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피랍된 선박 · 선원 석방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협상금액이 오고 갔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삼호주얼리호 구출 과정을 보며 초동 단계에서 해적을 제압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며 "청해부대의 아덴만 파견은 해상 교통로(sea lane)의 안전 확보와도 맞물려 있고, 우리 상선의 피랍지점들은 무역입국인 한국엔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만큼 향후 해적 대응에 대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중동산 석유의 상당 부분이 아라비아해 루트를 통해 이뤄진다. 이 수송로가 막히면 국가이익은 큰 침해를 받는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강경대응을 결정한 또 다른 배경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