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기업경영과 관련한 주요 이슈 중 하나가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CSR)이다. 기업이 재무적 성과를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환경''윤리''사회공헌'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책임도 고려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경영 이념이다.

이러한 사회책임경영은 지난해 11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이 발효되고,다우존스가 국내의 사회책임경영 우수 기업을 모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한국판을 발표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기존 사회공헌 활동 관련 조직,인력,예산을 확대하거나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목표로 새로운 비전을 마련하고 선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사회책임경영이 기업의 일상적 경영활동에 녹아 들어가지 못하고 단순히 사회공헌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거나 전담 조직 신설을 통한 관련 이슈들의 적시대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경영 방식에 사회책임경영을 접목시키는 손쉬운 방법은 기업 내에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에 사회책임경영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도입된 공급망관리(SCM) 관련 기법인 판매운영계획(S&OP) 회의를 고려해볼 수 있다. S&OP회의에서는 마케팅,영업,생산,R&D,물류 등 제품의 공급망과 관련된 기업 내 각 부서들의 임원 및 실무책임자들이 매주 또는 매월 1회 모여 지난주 또는 지난달의 실적을 점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신제품 출시일정 조정,재고처분,자재구매 일정 조정 등을 함께 결정한다.

현재 S&OP회의는 부서 간 실무적 조율 및 관련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로만 주로 인식되고 있다. 시각을 달리해 보면 기업의 일상적 경영활동에서 사회책임경영 이슈를 논의하고 실천해 나가는 데 있어 S&OP회의가 가장 적합할 수 있다. S&OP회의에 환경,윤리,사회공헌 관련 임원 및 실무책임자를 함께 참여시키고 신제품의 개발,생산,영업,마케팅 관련 이슈들을 논의함에 있어 해당 이슈들이 과연 환경적으로,윤리적으로 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어떤 영향을 발생시킬 것인지 논의하고 최종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이 사회책임경영 활동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사회책임경영은 전략적 차원,S&OP회의를 포함한 SCM은 운영적 차원의 경영 기법이라는 인식 아래 둘을 별개의 것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이 두뇌 속 사고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행동(SCM)은 사고(사회책임경영)와 조화를 이뤄야 하며 그 출발점은 기존의 S&OP회의를 확대 운영하는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호상 < 상명대학교 경영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