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자의적인 유권해석이란 비판 일어…자가당착에 빠진 복지부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인인 을지병원이 방송보도채널 사업자인 연합뉴스TV에 출자한 것과 관련,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자의적인 유권해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을지병원의 보도채널TV 출자의 적법성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한 방송통신위원회에 “의료법인의 방송사업에 대한 출자가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공식 답변했다.복지부는 그 근거로 “의료법인이 방송사업자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은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이 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의료법인의 영리추구를 금지한 의료법 시행령 제20조의 조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의료법인이 방송사업 주체가 되거나 직접 수행하는 경우에는 의료법인 설립 취지 및 목적사업을 벗어난 것이며 의료법상 허용된 부대사업 이외의사업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을지병원의 방송사업 직접 참여에는 제한을 두는 단서를 남겨놨다.

하지만 이같은 유권해석은 의료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의료법 시행령 20조에는 의료법인은 공중위생에 이바지하여야 하며,영리를 추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그러면서 의료법 49조에 의료법인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한정해놨다.그 항목은 △의료인과 의료관계자 양성이나 보수교육 △의료나 의학에 관한 조사 연구 △노인의료복지시설 △장례식장 △부설주차장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운영 △기타 휴게음식점영업,일반음식점영업,이용업,미용업 등 환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위한 편의시설로 제한되고 있다.이는 의료기관이 ‘질병의 치료’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는 입법 취지에 맞게 부대사업의 범위를 최소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병원은 헬스클럽 찜질방을 열고 싶어도 맘대로 개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예컨데 피트니스클럽과 병원을 융복합합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창출하고 싶어도 지금은 체육시설 및 의료기관 복수허가를 받아야 한다.나아가 의료법 51조는 ‘법적으로 허용된 부대사업 이외의 사업을 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의료법인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못박아놓기도 했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병원장들에겐 이처럼 엄혹한 법규정이 관행처럼 적용돼왔음에도 복지부가 이번에 기존의 법의식을 전면 부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은 방통위의 정책에 동조해 소신을 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법무법인 화우의 이경환 변호사는 “의료법인이 방송에 진출하고 싶었다면 의료법인 정관의 사업목적을 변경해서라도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을지병원 측은 정관에 이런 사업목적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의료법인의 정관 변경은 시도지사의 허가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극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복지부는 또 논란이 일던 1월 초에는 의료법인의 재산을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나눠 설명하는 자가당착의 모습을 보였다.의료법인의 재산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나뉘는데 기본재산은 병원 건물이나 의료장비 등으로 처분할 경우 법인설립을 허가해준 시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의료업을 통해 번 돈인 보통재산은 처분 등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었다.따라서 보통재산으로 방송사 주식을 사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그러나 의료기관은 설립할 때에만 기초재산,보통재산으로 나눠 신고할 뿐 이후에는 이후에는 해마다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개념이라는 비판이다.병원 통장에 저금된 돈에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이상 이런 식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해명이다.이에 따라 이번 유권해석에서는 이런 논리를 싹 뺐다.

을지병원이 4.959%의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인데도 연합뉴스TV 지분에 대한 출자를 단순한 투자목적으로 본 것도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주요주주가 됐다는 것은 사실상 특정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과 다름없어 을지병원이 방송사업을 ‘부업’이 아닌 ‘본업’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못마신다’는 말이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유권해석을 내린다면 그동안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도 법적 제약에 막혀 숨을 죽이고 있던 의료인들이 이런 저런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도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