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현지시간)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공동 기자회견,국무부 오찬,백악관 국빈만찬의 일정을 차례로 소화했다. 중국 국가지도자의 미국 국빈 방문은 1997년 장쩌민 주석 이후 14년 만이지만 '성대한 의전과 행사의 하루'(워싱턴포스트)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대접은 훨씬 융숭해졌다. 특히 백악관 국빈만찬은 225명의 초청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미 언론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싸우지 않기로 한(agree to disagree) 국제 외교행사'라고 언급했듯이 '협력'과 '가치 공유' 등을 강조하는 외교적인 수사들이 주로 오갔다.


◆중국 요청으로 '순 미국식 메뉴'

백악관 만찬을 주최한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백악관 정문 현관에 나란히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 방문에는 후 주석의 부인이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 주석은 백악관에 도착한 후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는 오바마 부부 가운데 홀로 서는 다소 어색한 모습을 연출했다.

미셸 오바마는 붉은색 꽃잎무늬로 디자인된 이브닝 드레스를 입었다. 중국인들이 붉은색을 행복과 번영의 상징으로 여기는 점을 감안한 의상 선택으로 보인다. 국빈만찬 메뉴는 중국 측 요청에 따라 '가장 미국적인' 요리들로 구성됐다. 립아이 스테이크와 메인주에서 공수한 바닷가재를 주요리로 하고 애플파이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디저트가 나왔다. 특히 이날 요리엔 백악관 텃밭에서 재배된 무공해 채소가 이용됐다. 한편으론 중국에서 고귀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꿩무늬 식탁보를 준비하는 등 중국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중국계 유명 인사 대거 참석

이날 만찬에는 중국계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현직 각료로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과 게리 로크 상무 장관 등 2명의 중국계 인사가 참석했다. 중국계 여성으로서 미 행정부 최고위직을 지낸 일레인 차오 전 노동 장관과 최초로 의회에 진출한 주디 추 하원의원도 만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문화 · 예술계에선 영화배우 청룽(成龍)과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미셸 콴,첼리스트 요요마,디자이너 베라 왕 등이 초청받았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후 주석이 열렬한 팬이라고 알려진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미 · 중 수교의 실무작업을 주도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 장관도 참석했다. 스트라이샌드는 앞서 열린 국무부 오찬에도 초대돼 후 주석과 건배하기도 했다.

◆후 주석 "지난 2년간 양국관계 더 견고"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 건배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와 인식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기가 더 쉽겠지만 양국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를 결코 잊지 말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치들로 가족에 대한 존중과 교육 근면 희생에 대한 믿음,후손들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겠다는 열망 등을 열거했다. 이어 후 주석은 "최근 몇 년간,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난 2년간 양국의 관계가 더 견고해졌다"며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만찬 후에는 재즈스타 허비 핸콕과 중국 태생의 피아니스트 랑랑이 연주하는 콘서트가 이어졌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