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격 인상과 정부의 물가안정책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음식료주들에 수급 부담요인까지 가중되고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늘고 있어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이후 주가가 낮을 때 사서 갚는 투자기법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낼 수 있다. 공매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20일 오후 2시31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음식료업종지수는 전날보다 0.88% 내린 2493.90을 기록 중이다. 4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수는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0.60% 떨어져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15%)을 훨씬 밑돌았다. 지난해에도 6.55% 상승에 그쳐 코스피지수 수익률 21.88%에 못미치는 부진한 성과를 낸 데 있다.

이는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재료 가격 부담에 대한 우려가 주가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원재료가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7∼8월 이후 가파르게 오른 원당, 소맥, 옥수수, 대두 등 국제 곡물가격은 올해 상반기 관련 기업들의 원가 부담 가중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그나마 곡물가격 상승 위험에서 다소 비켜있는 오리온롯데칠성 등의 종목에 공매도 물량이 증가, 수급상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최근 한주간 코스피100 내 음식료주들에서 대부분 공매도가 전주 대비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며 "오리온의 경우 최근 1주일 공매도 수량이 1만2000주로 총 거래량의 7.4%에 해당하고 롯데칠성도 공매도 수량이 총 거래량 대비 8.1%에 달하는 863주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종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온의 경우 40만원 중반대에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가격수준) 부담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오른 곡물가격 강세가 올 상반기 안에 내림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곡물가격이 평균 60%가량 뛰어 이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음식료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부담을 반영해 상품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물가안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이에 가격을 인상했던 일부 두부, 커피 제품의 경우 가격을 인상한 이후 다시 내리기도 했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재료 상승이 상품가격에 전가되지 못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설탕가격을 올리면서 밀가루 제과 제빵 등의 가격이 연달아 인상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 기대가 약화되면서 공매도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음식료주들의 주가가 당분간 강세를 보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음식료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음식료업종은 강세장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각종 악재가 겹쳐 올 상반기까지 투자심리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곡물가 상승이 꺾이지 않고 있는데 제대로 가격 인상이 진행되지 않아 전망이 밝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