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에서 정전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4월과 5월,2008년 5월에도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여수산업단지에 잊을 만하면 전력대란이 벌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한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유 및 석유화학 공장이 몰려 있는 여수산단은 정전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2006년 4월 사고 때는 GS칼텍스와 LG화학 SM공장 등 5개 업체에서 공정이 중단돼 12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2008년 5월3일에는 정전으로 여천NCC와 한화석유화학 등 10개 업체의 공장 가동이 중단돼 수백억원의 피해가 났다. 3일 뒤 또다시 여천NCC 3공장의 변압기가 폭발해 해당 공장과 원료를 공급받는 대림산업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GS칼텍스는 반복되는 전력대란을 피하기 위해 2008년 송전선로를 복선화하기도 했다. 한 개 선로에서 정전이 발생해도 다른 예비 선로를 통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최악의 정전 사태는 예방하자는 차원이었다. 과거 GS칼텍스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던 이유는 전력을 여수화력과 동서발전 호남화력발전처 두 곳에서 받았기 때문이었다. 여수화력의 선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동서발전에서 예비전원을 공급받는 식이었다. 그러나 예비전원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약 2초의 시간이 걸려 순간 정전이 발생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억원을 투입해 한전으로부터의 송전선로를 복선화했지만 17일 사고로 이마저도 허사가 된 셈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