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14일과 17일 이틀간 저축은행업계에서 빠져나간 돈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예금인출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자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유동성 지원 검토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7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14일 전국 저축은행에서 1000억원 안팎의 예금이 빠진 데 이어 17일에도 수천억원이 추가로 인출된 것으로 잠정집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평소의 10배 수준에서 많게는 20배 수준의 인출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보도가 잇따라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우량 저축은행에서도 일부 인출사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원래 매주 월요일에는 자금 수요가 많아 예금이 빠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자금 수요가 많은 설 연휴까지 진행되지 않도록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인출된 규모가 저축은행 총자산 87조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현재로선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불안심리 잠재우기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105개 저축은행업계의 국공채 등 채권만 17조원에 이른다"며 "예금자들의 자금 인출 요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지주사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키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예금 부족 문제는 전혀 걱정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저축은행이 예탁한 지급준비예탁금 및 일반예탁금을 약 6조원 보유하고 있어 저축은행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개별 저축은행에 대한 지원한도도 기존 1000억원에서 두 배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현재 저축은행업계의 예금 이탈은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만약 인출 요구 금액이 커진다면 한은도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