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16일 찜질방과 온천 등 '이열치한(以熱治寒)' 상품들은 특수를 누린 반면 스키장 및 겨울 스포츠 시설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전국 곳곳에 동파 사고가 속출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으며 몇몇 놀이공원은 일부 놀이기구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는 하루 종일 '강추위 경험담'이 이어졌다.
◆스키어들 "너무 추워 싫다"

이날 강추위가 몰아치면서 강원도 내 주요 스키장을 찾은 스키어들은 평소 주말의 절반 수준인 2만6200여명에 그쳤다. 홍천 비발디스키장을 찾은 김명선씨는 "당초 1박2일 일정으로 왔지만 너무 추워 도저히 스키를 탈 수 없을 지경"이라며 "콘도에만 머물다 하루 일찍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설악산(3400여명)을 비롯해 평창 오대산과 원주 치악산에 각각 2600여명과 130여명이 입장하는 등 강원 지역 겨울산 등반객 역시 평소보다 감소한 9130여명에 불과했다. 용인 에버랜드는 강추위로 일부 시설의 운영을 중단한 가운데 입장객이 평소 25% 수준으로 줄었다. 북한산 등반객 수도 이날 오전 평소 주말 평균의 20%도 안 되는 500여명에 그쳤다.

'10년 만의 한파'가 맹위를 떨친 서울 시내 거리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종로2가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하상가에만 손님이 조금 다닐 뿐 그 밖의 상가는 장사가 안 된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결혼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출했다는 이영하씨는 "목도리를 감고 나왔는데 입김 때문에 목도리에 고드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열치한' 특수

주택가 인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내에 있는 놀이터 등 편의시설에는 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북적대는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 신천동 홈플러스 잠실점 내 실내 놀이터는 3~6세가량 아이들로 가득 찼다. 추위를 피해 장도 보고 아이들도 놀게 할 겸 마트를 찾은 부모들이 많았기 때문.다섯 살 아이를 둔 주부 양선혜씨는 "아이가 놀이터에 가자고 조르는데 밖은 너무 추워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온천 및 찜질방을 찾는 시민들도 많았다. 96년 만의 강추위가 몰아친 부산 지역의 최대 온천인 '허심청'에는 이날 하루 500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온천 및 찜질방 상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일본 온천여행 판매건수가 전달 대비 2배가량,국내 스파와 찜질방 여행상품도 판매량이 각각 70%,80% 급증했다.

◆남부권도 동파 사고 잇따라

전국 곳곳에 동파 사고도 잇따랐다. 서울,인천 등 중부권은 물론 부산,김해 등 남부지방에서도 15~16일 이틀간 수천 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종암동에 사는 서선민씨는 "아침에 물이 안 나와 씻지를 못해 데이트 약속마저 취소했다"고 말했다. 추위로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돼 시동이 걸리지 않는 사례도 속출했다.

구제역 차단 방역에 나선 공무원 등 방역요원들은 이동통제초소를 중심으로 온종일 한파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매서운 한파로 소독액이 얼어붙자 생석회 가루를 살포하며 방역작업을 계속했다.

한파가 계속되면서 노약자들의 사망이 늘자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상주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립승화원(고양시 벽제)과 수원시 연화장(수원시 하동)은 17일까지 화장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다.

김일규/송태형/이고운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