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까지 필요할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검토해 봐야겠지만 난감합니다. "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시간제 고위공무원' 채용방안의 추진 경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고용부는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3급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시간제(파트타임)로 채용하는 내용의 '중앙노동위원회 직제개편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1~3급 고위 공무원을 시간제로 뽑기로 한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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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용부의 계획은 이달 초 "법률 검토도 제대로 안한 것 같다"며 행안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간제 고위공무원을 채용하기 위해선 공무원연금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며 "복잡한 문제여서 관련 부서와 함께 검토하고 있지만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제 공무원이 재해를 입을 때에 대비해 보상범위 신설 등 손봐야 할 법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각에선 고용부가 이 계획을 청와대 업무보고에 끼워 넣느라 충분한 법률적 검토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고용부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실수를 해 이채필 차관에게 혼났다"고 털어놓았다.

고용부 안팎에선 고용부가 고용유연화 정책 시행에 앞장선다는 명목을 내세워 부처 이득을 챙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초 "현재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대로 정규직 1명당 시간제 상임위원을 2명씩 채용하는 방식으로 충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안부에 알아본 결과 기존 정원은 그대로 두고 새로 14명을 충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중노위의 위원장을 포함,20명의 상임위원 외에 인원을 더 뽑고 이들을 시간제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상임위원은 대부분 2~3급으로,고용부가 요청한 14명은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고용부 고위공무원(2~3급) 수인 17명과 맞먹는다. 고용부는 고용에 집중하고 인력이 늘어난 중노위는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등 노사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에서 했다지만 뒷맛이 꺼림칙하다. '작은 정부'를 외쳤던 정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진석 사회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