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IT(정보기술)주들은 '인텔 약발'이 통할 것이란 증권업계 예상과는 달리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수요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가가 당분간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인텔, 4Q 순이익 48% 증가…컨슈머PC 수요는 부진

14일 오전 11시28분 현재 코스피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전날 대비 0.52% 하락하며 이틀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종목별로는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전날 대비 3000원(0.33%) 떨어진 91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삼성SDI(-0.88%) 삼성전기(-0.79%) LG이노텍(-1.91%) 등도 떨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삼성테크윈도 1%대 내림세다.

13일(미 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8% 증가한 33억9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59센트로 시장 예상치인 53센트를 웃돌았다. 매출액도 115억달러로 8.4% 늘었다.

인텔은 기업 네트워크와 웹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컴퓨터 서버 사업 수요가 늘어난데다 기업용 PC 수요도 증가해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컨슈머 PC 수요는 부진했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업용 PC 수요가 회복되고 있긴 하나 주력제품인 컨슈머 PC와 노트북 수요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최근 애플 주가도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태블릿PC 출시 '붐'이 일어나면서 컨슈머 PC 수요가 저조해 업황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D램 가격 회복도 더뎌지면서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인텔이 올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이 또한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텔은 기업용 서버와 PC 수요가 증가하며 올 1분기 매출액이 예상치(107억달러) 보다 높은 111억~119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제시한 올 1분기 실적은 워낙 낮았던 기대치를 웃도는 것일 뿐"이라며 "업황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시그널은 줬지만 시장에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 中 춘절 수요가 관건…"3월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중국 '춘절 수요'다. 춘절 수요가 강할 경우 재고 축적(restocking)이 재차 발생하면서 업황이 바닥을 탈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IT주가 그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수요 부문에서 시그널이 나와야한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향후 주가에 미칠만한 강한 모멘텀(상승 동력)으로 제일 먼저 기대하는 것이 춘절 수요"라면서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계절성 요인이 반영되면서 3월 이후 주가가 다시 상승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철 연구원은 "올해 태블릿PC가 대거 출시될 예정이므로 수요가 많이 발생하고 업체들의 실적도 회복될 경우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세트업체들이 올 2분기 전략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관련 모멘텀이 미리 반영되는 3월경부터는 IT주가 다시 주도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