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풍력 단조 업체인 평산의 자회사 야케(Jake)를 단돈 1유로에 인수했다. 부채 1030억원을 떠안는 조건이다. 야케는 평산이 2008년 257억원에 인수한 독일 소재 업체로 베스타스,수즈론 등 글로벌 풍력발전기 제조사에 기어박스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야케 인수를 계기로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일본 폐열 발전회사인 제네시스 지분 51%를 83억원에 인수했다. 처음으로 비철강 부문의 외국기업 인수에 성공했다. 버려지는 중 · 저온 폐열을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소규모 인수 · 합병(M&A)이었다.

◆리스크 작은 신사업 진출

국내 대기업들이 '스몰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원 맥쿼리증권 부대표는 "조 단위의 큰돈을 투자해야 하는 빅딜에 비해 자금조달이 수월하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스몰딜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중순 의료기기 사업을 위해 국내 최대 초음파 진단기 업체인 메디슨을 약 3000억원에 인수한 게 신사업 확대를 위한 스몰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라그룹 계열의 투자 및 컨설팅기업인 한라I&C도 특수모니터 제조업체인 와이드를 6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의료기기 부품 및 완제품 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그룹 내 사업 조정 수단으로 활용

스몰딜은 기업들의 기존 사업 수직계열화와 주력 사업 보강을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동부그룹 계열의 국내 최대 종합농자재 기업인 동부한농은 농산물 유통회사인 동화청과를 인수했다. 농약과 비료시장뿐만 아니라 농산물 유통사업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사조대림이 육가공업체인 남부햄을 인수한 것도 기존 사업 확장을 위해서다. 일반인들에게 '대림선(鮮)' 브랜드로 알려진 사조대림은 햄 · 소시지 등 육가공 분야 연간 매출이 1200억원대로 뛰면서 롯데햄 · CJ제일제당 등과 경쟁 체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KT는 클라우드컴퓨팅 업체인 넥스알 인수를 준비 중이다. 주력 사업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넥스알의 분산처리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해서다.

같은 그룹 내에서 사업조정을 위해 스몰딜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SK네트웍스는 내달까지 계열사 SK에너지의 석탄광물 사업부문을 2366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겹치는 사업부문을 SK네트웍스가 일괄적으로 맡기 위해서다. 삼성SDS가 계열사 제일기획이 갖고 있던 이러닝업체 크레듀 지분을 인수한 것과,LG화학이 자회사인 LG폴리카보네이트를 합병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LS,스몰딜로 사업 영역 확장

2003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해 나온 LS그룹은 지난 3년간 12건의 스몰딜을 성사시키며 외형을 키웠다. LS전선이 2008년 미국 최대 전선회사인 수피어리어에식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LS산전 엠트론 니꼬동제련 예스코 등의 계열사까지 기업 M&A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도 LS산전은 중국의 초고압 차단기 · 배전반 제조업체인 호개전기를 인수했다. 그룹 계열사들이 그동안 12개 기업 인수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조1071억원. LS엠트론은 동국제강 계열사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하기로 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 4위 LS엠트론과 3위 국제종합기계가 합치면 농기계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LS는 스몰딜을 바탕으로 2003년 계열분리 당시 7조3500억원대였던 매출이 19조4300억원대(2009년 기준)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장창민/김현예/조귀동 기자 cmjang@hankyung.com


◆ 스몰딜

small deal.빅딜(big deal)의 대칭되는 말로 기업의 사업부 간 인수♥합병(M&A)이나 사업조정을 뜻하는 말이다. 국내 재계에서는 기업규모에 비해 M&A 액수가 작을 때도 스몰딜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