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1999년 기준금리 발표 이후 연초인 1월에 금리를 인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초 정부가 5% 경제성장을 목표치로 제시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은 경기 활황으로 발생하는 수요 요인보다는 원자재 가격,농 · 수 · 축산물 가격 등 공급 요인에 있다. 그런데도 경제 전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최근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불안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졌다고 정책 당국이 판단했음을 뜻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퍼질 경우 물가 상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이후 다양한 물가안정대책이 나와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통화당국은 이를 미리 차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거시경제정책 수단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이 공급 측면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날 정부가 발표한 미시적 차원(공급측면)의 물가안정 종합대책만으로도 대응이 가능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이라는 거시정책수단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거시정책변수인 환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원 · 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움직였는데,앞으로는 환율 하락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제 시장 참여자,특히 기업은 앞으로 환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그 밑바닥에 흐르는 국내외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국내 기준금리 인상의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특히 주요 신흥국들은 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위기 이후 대폭적으로 낮춘 초저금리를 정상화하는 차원도 있지만,근본적으로는 물가 불안과 자산가격 급등에 따른 것이다. 이는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풀린 막대한 글로벌 유동성이 원자재 및 곡물시장,신흥국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가불안 메커니즘의 단초가 되고 있는 미국,일본,유럽의 유동성 공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들 경제가 조기에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흥국만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등 금융긴축으로 신흥국의 물가불안을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 즉 향후에도 신흥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계속될 것이다.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물가불안보다 더욱 중요한 구조적 변화는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이 그동안 세계의 디플레이터,세계의 공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면,이제는 세계의 인플레이터,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 계획도 바뀌고 있다. 12 · 5계획에서 중국은 빈부격차 해소 등 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즉 앞으로 중국은 기존의 저생산원가 전략을 장기간 끌고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세계의 디플레이터에서 인플레이터로 바뀌면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국내 물가불안과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도 이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글로벌 구조 변화 흐름에다 국내적으로도 정책 당국의 물가불안 억제 노력이 결합돼 앞으로 기준금리,나아가 시장금리는 그동안의 초저금리 수준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초저금리에 기반해 가계대출을 늘리고,국채를 발행하고,투자를 확대한 가계 정부 기업에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 경제 주체들은 금리가 상승기조로 바뀌는 것을 상정해 살림을 짜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정부와 정책 당국도 섬세한 대응이 요구된다.

정영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