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영 중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신한금융지주의 지분을 대거 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내분사태로 라응찬 전 회장이 사퇴한 후 현재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는 최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신한금융 지분 5%(2371만7402주)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는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지분 0.01%(4만7349주),라자드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 펀드 지분 2.53%(1200만2550주) 등 모두 94개의 특별관계자 지분을 포함해 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로써 라자드는 BNP파리바(6.35%) 국민연금(6.08%)에 이어 신한금융의 단일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분율이다. 신한금융은 1980년대 초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했던 재일교포 주주들이 지분의 약 17%를 갖고 있다.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차기 회장 선임 등 신한금융 지배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우선 이번에 지분을 추가 확보한 펀드와 장하성 펀드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나와는 상관 없는 펀드"라고 밝혔다. 장하성 펀드의 펀드매니저인 존 리도 "내가 아닌 다른 매니저가 산 것이며 장하성 펀드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 측은 지분을 추가 취득한 배경과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측은 "라자드 펀드는 2009년 12월 주주명부 폐쇄 때도 지분 1.54%를 보유하고 있던 장기 투자자로 신한금융의 펀더멘털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보유 주식을 꾸준히 늘려온 것"이라며 "일반 기관투자가이기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내분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장기 투자 가치가 높은 신한금융 주식을 저가 매수할 기회로 삼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2009년 12월 당시 개별적으로 신한금융 지분 1.11%를 갖고 있던 아부다비투자청이 이번에는 라자드 펀드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돼 라자드 측이 의결권 행사를 위해 다양한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존 리 매니저도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행사하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한 내분사태가 마무리돼 가는 과정에서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의 신한금융 지분 확대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