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 아웃도어 박람회에 가서 '라푸마 한국'이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면 '보고 싶었다'며 반갑게 맞아줘요. 자기네 사업도 같이 해보자는 러브콜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

국내 아웃도어 열풍과 함께 급성장 중인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총괄하고 있는 윤치영 LG패션 전무(48 · 사진)는 13일 "올해 매출 목표는 2500억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매출 350억원이던 라푸마를 3년 만인 지난해 1600억원대로 키웠으며,작년 말 전무로 승진했다.

윤 전무는 "라푸마는 전 세계 아웃도어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성장한 브랜드"라며 "이제 백화점에서는 노스페이스 등 선두 브랜드와 경쟁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아직 가두점 유통망에서는 열세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90개인 가두매장을 120개까지 늘려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그는 "외형 성장보다는 차별화된 컬러와 소재를 선보이는 데 적극 투자해 '하이엔드(최고급)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구본걸 LG패션 사장의 '권유'로 2005년 LG패션에 입사했다. 경영기획부장과 아울렛사업부장으로 패션실무를 익힌 뒤 2008년 스포츠사업부장을 맡아 라푸마를 진두지휘했다.

당시 라푸마는 국내 론칭 3년차로 시장에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우선 마케팅에 주력했다.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그룹 반달루프를 영입해 독특한 광고로 화제를 모은 것도 그의 작품이다. 슬림 라인 제품과 화려한 컬러로 라푸마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쌓았고,광고에 등장한 옷은 바로 품절됐다. 윤 전무는 "제품은 1년 전에 미리 기획하기 때문에 광고가 '대박'나도 물건이 없어 못파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가 눈 돌린 곳은 생산기획.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생산물량을 대폭 늘려 원가를 낮췄다. 그는 "2만장 생산했던 다운제품을 13만5000장으로 늘렸다"며 "이듬해인 2009년 4월까지 이어진 강추위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LG패션은 프랑스 본사로부터 아예 라푸마의 국내 판권을 사들였고,작년 말에는 중국시장에서도 본격적인 라푸마 사업에 나섰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