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둔산동에 사는 조명수씨(42)는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퍼스트 프라임' 잔여분을 신청하기 위해 12일 오후 1시 충남 연기군 금남면 분양상담실을 찾았다. 대기 인파는 1㎞ 이상 줄을 섰고 주변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어렵게 주차하고 접수번호표를 받은 그는 청약을 단념했다.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점심 시간까지 접수를 마치지 못했다"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말을 듣고서다. 조씨는 "대전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아파트 청약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첫마을 잔여물량 인기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잔여세대 204채를 대상으로 한 청약신청이 인기를 끌었다. LH는 당초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현장에서 청약을 받을 예정이었다.

청약자들은 동이 틀 무렵부터 이어지기 시작해 금세 긴 줄을 만들었다. 청약 시간이 짧아 일찍 청약하려고 몰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청약자 대부분은 5시간 이상을 기다려 간신히 청약을 할 수 있었다.

LH는 예상외로 많은 청약 인파가 모이자 하루 만에 대기자를 모두 처리할 수 없다고 보고 오전 10시 이후 번호표를 받은 대기자들의 청약을 14일까지로 연기했다. LH는 이날 1만명 이상이 온 것으로 집계했다.

LH 관계자는 "대평리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며 "청약이 마감될 정도로만 예상했는데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이전 가시화가 호재

첫마을 아파트 잔여분은 비인기층이다. 금강 조망이 가능한 A2블록은 대부분이 1층이다. A1블록도 저층이거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비인기층에도 대규모 인파가 청약한 것은 퍼스트 프라임에 붙은 프리미엄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승환 세종시건설사업단 판매부장은 "계약된 세대의 프리미엄이 최고 5000만원까지 치솟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가시화되자 대전과 주변 지역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고 설명했다.

분양신청 자격에 제한이 없는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LH는 분석했다.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만 20세 이상이면 당첨 여부,주택소유 여부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 가능하다.

첫마을 아파트 잔여분 공급에 많은 청약자들이 몰리자 세종시 내에 아파트 부지를 보유한 10개 민간 건설사 중 일부 업체도 분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D건설 관계자는 "첫마을의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민간 건설업체들도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LH가 연체이자 추가 탕감 등 조금만 더 양보하면 분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인근 부동산 업계는 "퍼스트 프라임에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주변 아파트와 토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모처럼 생긴 호재가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는 모두 1582채로 87.2%인 1378채는 분양 기간 내에 계약이 체결됐고 204채가 미계약으로 남았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