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무슨 일에든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나타낼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이는 증권업에서 흔히 쓰이는 '이익에는 위험이 따른다(no risk, no return)'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증권업을 포함한 금융업은 항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붕괴로 시작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는 전 세계 금융업의 화두다.

필자는 2008년 6월 SK증권 대표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윤리경영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이었고,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가 취임일성으로 이익 증대를 내거는 걸 감안할 때 윤리경영과 위험관리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회사의 일부 직원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어느 직원은 윤리경영과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면 영업하기가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윤리경영과 리스크 관리는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증권업 인프라의 핵심으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임을 명확히 했다. 리스크 관리란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예측 · 전망해 안전한 울타리를 쳐줌으로써 이른바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하에서 마음껏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관리해야 할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 것도 행동하지 않는 것(no action)이다. 배가 난파를 피하기 위해 항구에 정박해 있기만 하면 난파의 리스크는 없겠지만 운송수단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정확한 항로 지도와 기후를 예측해 순풍을 타기도 하고,역풍을 이겨내기도 하면서 목적지에 도달해야만 배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윤리경영과 리스크 관리를 실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다. 아무리 규정과 제도가 존재해도 기업의 문화가 '지켜도 그만,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식이면 소용없다. 신기하게도 소위 말하는 사기꾼들은 어디 가면 사기를 쉽게 칠 수 있는지 용하게 알아서 그런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곳을 찾아다닌다. 따라서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마음가짐이 되어 있지 않으면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 윤리경영과 리스크 관리는 담당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현업 부서의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적인 윤리경영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문화로 정착될 때,비로소 그에 대한 비용이 줄어들어 개인과 회사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게 된다.

세상 모든 일에는 항상 리스크가 존재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번영과 불황(boom and bust)은 순환적으로 온다. 하지만 번영과 불황이 순환적이라고 할지라도 그 순환의 폭과 기간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리스크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리스크에 잘 대처할 수는 있다. 100-1이 99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100-1이 0 혹은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이현승 < SK증권 대표 hyun-seung.lee@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