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인수 · 합병(M&A) 시장에 사모투자펀드(PEF)가 주도하는 '스몰딜(소규모 M&A)' 바람이 거세다. 연초부터 500억~1000억원 규모의 스몰딜이 PEF 주도로 잇따라 성사됐거나 추진 중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몰딜 주도하는 PEF

올 들어 M&A시장의 스몰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정책금융공사(KoFC)가 유한책임 투자자(LP)로 참여해 조성한 PEF들이다. 이 가운데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가 운용하는 'KoFC 맥쿼리 그로쓰챔프 2010의 1호'는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물류기업 동북화학의 지분 100%를 1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 6일 체결했다.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가 운용하는 'KoFC KDBC-JKL 프런티어챔프 2010의 1호'도 발전소용 물처리 시설 생산업체인 한국정수공업의 지분 72%를 600억원에 지난 2일 매입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운용사인 'KoFC 우리 그로쓰챔프 2010의 3호'의 경우 중견 정보기술(IT)기업에 대한 투자를 곧 마무리짓고 이달 중 공시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대우자동차판매가 매각을 추진 중인 우리캐피탈은 토종 PEF인 MBK파트너스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우리캐피탈의 지분 53~76%를 1000억원 안팎에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규 우리투자증권 PE그룹장은 "작년 11월 한꺼번에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PEF의 M&A 시점이 비슷한 시기에 겹친 게 연초 스몰딜이 잇따라 성사되고 있는 이유"라며 "여기에 MBK파트너스 등이 가세하면서 M&A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 투자회수가 PEF 투자 자극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속 나타나고 있는 PEF들의 투자 회수(엑시트) 성공 사례가 PEF들의 스몰딜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Q가 운용한 'H&Q-국민연금 제1호 PEF'가 지난해 9월 지불결제서비스 업체 케이에스넷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종업체인 넷1(Net1)에 넘기고 5년여 만에 엑시트에 성공한 게 PEF 투자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 PEF는 현진소재 만도 등에 투자해 연 20% 후반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펀드가 최근 시작한 비데업체 노비타 매각작업이 성공할 경우 PEF의 스몰딜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2007년 300억여원을 들여 노비타의 지분 33%를 인수한 보고펀드는 정보통신 부분에 대한 인적분할 과정을 거친 뒤 현재 보유 중인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하나대투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보고펀드는 노비타를 1000억원대에 넘기기를 희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저축은행 M&A에도 PEF가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한 해 PEF가 주도하는 스몰딜이 M&A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