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헤지펀드 업계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안정' 위주에서 '리스크를 낀 고수익' 쪽으로 투자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조사 회사인 트림탭스투자연구소 집계를 인용,작년 11월 중 헤지펀드로 13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10일 보도했다. 11월까지 5개월 연속 헤지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는 등 최근 들어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관투자가들이 고수익 투자 대상을 찾아나선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헤지펀드의 평균 운용 수익률은 10% 정도로 S&P 지수 상승률(13%)을 밑돌았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특별한 규제 없이 발빠르게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가 앞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웃돌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대형 연기금이 헤지펀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솔 왁스먼 바클레이헤지 사장은 "올해 헤지펀드 산업 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라며 "자금 유입 규모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직접적인 규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관련 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NBC는 최근 FRB가 금융산업 전체의 시스템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헤지펀드를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사'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예상보다 규제를 덜 받게 된다는 점을 내세워 대형 헤지펀드들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자금 유치에 나섰다. 헤지펀드는 자산 구성과 수입 내역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

지난해 폴슨앤드컴퍼니 등 일부 대형 헤지펀드의 성과가 탁월했던 점도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폴슨앤드컴퍼니의 리커버리펀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금융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시장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편 발빠른 월가 금융사들은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따라 보유 국채를 대부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FRB 국채 입찰에 참여하는 18개 주요 금융사의 보유 국채 규모가 작년 11월24일 813억달러에서 12월29일 23억달러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