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세난은 2009년부터 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꼽아보면 4차 전세대란이라 할 수 있다. 과거 1999~2000년 1차 전세대란과 2001년 2차 대란 이후에는 전세수요가 매입수요로 옮겨붙으면서 수도권과 서울 집값이 각각 20%와 3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06년 3차 전세대란 이후에는 매매가 전세가 모두 소폭 상승에 그치며 안정세를 보였다. 이번 전세난이 1 · 2차 전세대란과 3차 대란 가운데 어떤 양상으로 연결될 지 관심이다.

◆1 · 2차 때는 전세 · 매매가 30% 급등

1차 전세대란 때는 외환위기를 전후해 떨어졌던 전세값이 이후 경기회복 훈풍을 타고 급반등했다. 1998년 25% 폭락한 전세값이 다음해인 1999년에 30% 이상 올랐다. 1998년부터 2년간 상승률을 보면 서울 강남권 전세값이 60% 가량 올랐고 분당 등 수도권 5개 신도시도 70% 이상 급등했다. 이 영향으로 2001년 주택 매매가는 서울 19.3%,수도권 19.2% 뛰었다.

2차 대란은 외환위기 직후 주택공급이 적어 2001년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발생했다. 한마디로 1차 대란의 물결효과(ripple effect)라 할 수 있다. 2001년 서울 전세값은 한해 동안 20%,경기도 신도시는 25%,인천과 경기지역은 21%씩 급등했다. 이때에도 주택매매시장은 전세가 급등에 반응했다. 2002년 서울은 30.8%,수도권은 29.3%씩 집값이 뛰었다.

3차 대란은 2006년 발생했다. 각종 주택시장 규제로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돼 서울과 경기도가 11.5%씩 전세값이 급등했다. 다행히 2007~2008년에는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찻잔속 태풍'에 머물렀다.

◆입주물량 격감,2차때와 닮아

작년 주택 매매시장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전셋값은 전국 평균 7.1%,서울 6.4% 상승했다. 2009년 전국 4.5% 상승세보다 기울기가 더 급해졌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매매시장은 반대양상을 보였다. 약보합세 내지 하락세를 유지했다. 전세가만 2년째 나홀로 상승한 것이다.

오윤섭 닥터아파트 대표는 "전세대란이 일어난다고 집값이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며 "2002~2003년,2006년처럼 전세대란 뒤 매매가가 20% 안팎 급등했을 때 공통적으로 입주물량이 격감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2~2003년은 초유의 외환위기 여파로,2006년은 2003~2005년 참여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으로 입주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2008년 수도권 주택건설(인 · 허가 기준)은 19만7000채로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 대표는 "올해 서울에서만 재개발 · 재건축 사업 이주로 주택 5만8000채가 사라지고 이주가구수가 10만명에 달할 전망"이라며 "입주물량 격감과 이주수요 증가는 전세값과 주택가격을 동시에 상당한 압력으로 밀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