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피임약이 1960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후 반세기가 지났다. 한국에는 1968년 보급됐다. 이 약은 높은 성공률(98~99%)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지 않은 편이다. 호르몬의 변화로 몸무게가 갑자기 변하고,피부트러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09년 4월 출시한 바이엘쉐링제약의 전문 피임약 '야즈(YAZ)'는 여성호르몬인 에치닐 에스트라디올 0.02㎎과 드로스피레논 3㎎을 함유한 저용량 피임약이다. 피임뿐 아니라 월경전불쾌장애(PMDD · 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와 여드름을 개선해주는 효과를 임상시험에서 입증했다. 보통 에치닐 에스트라디올 함량이 0.05㎎ 미만이면 '저용량 피임약'으로 분류되는데 야즈는 이보다 훨씬 적어 복용시 메스꺼움,두통 등의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호르몬 함량이 적지만 복용법을 지켰을 경우 피임효과는 99% 수준으로 나타났다.

'야즈'는 새로운 복용법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피임약들은 21일을 복용하고 7일간 휴약하게 돼있는 반면 야즈는 24일 활성 호르몬 정제를 복용하고 4일 위약 정제를 복용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같은 투약법은 기존 방식보다 복용 일수를 3일 연장시켜 체내 호르몬 변화의 폭을 감소시킴으로써 28일 전체 생리주기 내내 보다 안정된 호르몬 수준을 유지시켜 준다고 바이엘쉐링 측은 설명했다.

지난 50여년간 지속돼온 호르몬 연구는 호르몬 용량을 낮추면서도 우수한 피임 효과를 유지하는 한편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피임법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돼 왔다.

야즈는 피임 효과 외에도 일상생활의 장애를 초래하는 심한 월경전증후군(PMS · premenstrual syndrome)의 한 형태인 PMDD의 증상을 개선해준다. PMS는 월경 주기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우울하고 짜증과 신경질이 늘어나는 등의 감정적인 증상을 수반한다. 또 배에 가스가 찬 듯 거북하거나 손이나 발이 붓고 두통이나 유방통 등의 신체적인 증상까지 유발한다.

바이엘쉐링이 국내 15~49세 가임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여성 99%가 월경 전 증상을 경험하고 3명 중 1명(34%)이 PMS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즈는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PMDD와 관련된 감정적 · 신체적 증상의 개선 효과를 입증,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먹는 피임약으로는 처음 PMDD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야즈는 또한 여드름 치료에도 적응증이 인정됐다. 야즈의 성분 중 하나인 드로스피레논 성분이 항안드로겐 작용을 갖고 있어 피지의 생성을 감소시키고,과도한 피지로 인한 여드름을 개선시키는 원리다.

바이엘쉐링 관계자는 "야즈는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수분 저류를 방지해 체중 증가와 부종의 발생 가능성을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드로스피레논 성분이 체내의 수분과 나트륨이 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도와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야즈는 전문의약품으로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