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Best Practice…'休 스토리' 내세운 코로나 맥주, 美 시장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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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표 떼기' 전략
'Made in Mexico' 부각 않고 태양·해변만 어필해 성공
콜롬비아는 '향 깊은 커피' 내세워 마약·빈국 이미지 뒤집기
'Made in Mexico' 부각 않고 태양·해변만 어필해 성공
콜롬비아는 '향 깊은 커피' 내세워 마약·빈국 이미지 뒤집기
코코아는 베네수엘라의 주력 산업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관심 사업분야로 정해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고급 쇼핑몰에서 '메이드 인 베네수엘라'라고 적힌 초콜릿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고급 초콜릿의 대명사인 고디바는 벨기에산이고 스위스 린트와 토블론,이탈리아의 페레로 로쉐,영국 캐드버리 등 인기있는 상품들은 모두 '선진국'산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베네수엘라산 초콜릿은 어디에서 팔리고 있는 것일까. 미국 경영월간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12월호에서 "신흥국가의 기업이나 후발주자들이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면 과감하게 '꼬리표'를 떼거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네수엘라에도 카카오 함량이 풍부하고 맛 좋은 '엘 레이'라는 초콜릿이 있지만,국내용일 뿐이라는 얘기다.
HBR은 선진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4계명을 소개했다. '메이드 인 ○○○'을 감추는 것이 좋으며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처럼 끈질기게 고급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낮은 생산비용은 장점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기존 편견에 도전하는 과감한 전략이 먹힌다고 조언했다.
◆'메이드 인 ○○○' 감춰라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얀 백사장과 흥겨운 음악.그리고 라임 한 조각을 넣은 투명한 병맥주 '코로나' 한 병.미국인들이 휴식을 연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다.
미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수입 병맥주 코로나는 1925년 멕시코의 주류업체 그루포 모델로(Grupo Modelo)에서 선보인 브랜드다. 선인장 향이 가미됐으며 가볍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 외에 모델로,빅토리아,피시피카,네온,에스트레야 등 다양한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자리잡은 것은 코로나뿐이다. 코로나는 멕시코에서도 판매량 1위다.
그루포 모델로는 코로나 맥주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했다. '라이프스타일 맥주'라는 슬로건을 통해 단순한 술이 아닌 '여가를 함께하는 맥주'라는 스토리를 담았다. 이 과정에서 '메이드 인 멕시코'는 굳이 내세우지 않았다. 코로나가 놓여 있는 해변가는 멕시코 칸쿤이 아닌 휴양지 발리섬이나 플로리다를 연상시키도록 했다.
코로나가 개발도상국에 처음 수출됐을 때 '멕시코 레모네이드'같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인기를 얻자 현지 주류업체들은 "멕시코 근로자들이 생산 과정에서 오줌을 눈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고,코로나 측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 회사는 제품의 출신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진 않았지만 자국에 흠집날 만한 상황이 생기면 맞서 싸웠다. 현재 코로나는 전 세계 16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로히트 데시판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재미와 태양,해변(fun,sun,beach)이라는 휴식 스토리를 내세운 코로나의 성공은 비(非)선진국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원료 · 인건비 의존만으론 한계
과거 식민지의 역사를 가진 국가들은 대체로 천연자원 등 원자재가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낮은 생산비용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일궈내기에 그만큼 유리하다. 터키산 양탄자와 인도 향신료,이집트의 면 관련제품,브라질의 철광석 등이 그런 이점을 활용한 간판 상품으로 꼽힌다. 다만 더욱 값싼 인건비를 자랑하는 신흥국이 등장한다면 이런 전략은 위태해질 수 있다. 저렴한 원료와 인건비만 믿다가는 역습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다.
데시판데 교수는 "칠레의 와인브랜드 콘차 이 토로,터키의 냉장고 생산업체 아르셀릭 등 많은 개발도상국 기업들은 한국과 일본이 1950~60년대 글로벌 시장에 처음 진출하며 부딪쳤던 어려움을 뒤늦게 겪고 있다"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구전(口傳)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개발도상국 기업들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요타처럼 장기전을 시작하라
일본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자국 업체들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한 경우로 꼽힌다. 닛산을 비롯해 도요타자동차,혼다 등이 그런 예다. 닷선(Datsun)자동차는 미국시장 개척 초기인 1950년대에 발음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닛산(Nissan)으로 회사명까지 바꿨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수십년에 걸쳐 아시아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편견과 스테레오타이프를 극복하고 렉서스,인피니티,아큐라 등 다양한 고급 브랜드를 구축했다.
한국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전자업체 금성사는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으나 베스트바이와 홈데포 등 유통체인은 아시아 국가의 낯선 회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미 유통업계는 금성사 제품의 가격이 낮자 품질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금성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과 정보기술(IT)제품,가전제품 등 성능이 뛰어난 다양한 상품들을 수출했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1995년 LG로 사명을 바꾼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존 편견을 뒤집어라
콜롬비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어떤가. 불법 마약이 판치는 빈국(貧國)이라는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콜롬비아 정부는 커피를 무기로 내세웠다. 콜롬비아는 세계 2위의 커피 원두 생산국이다. 정부와 관련업계의 부단한 노력 끝에 100%산 콜롬비아산 원두는 '향이 깊고 풍부한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콜롬비아의 커피 체인 '후안 발데스'가 스타벅스를 누르고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커피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안 발데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등과 함께 콜롬비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고 FT는 전했다.
이러한 전략은 해당 국가에 대한 오래된 문화적 편견을 확 뒤집는,다소 공격적인 브랜드 운영 방법이다. 성공하면 효과가 좋은 반면 실패할 위험성도 높다고 HBR은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그렇다면 그 많은 베네수엘라산 초콜릿은 어디에서 팔리고 있는 것일까. 미국 경영월간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12월호에서 "신흥국가의 기업이나 후발주자들이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면 과감하게 '꼬리표'를 떼거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네수엘라에도 카카오 함량이 풍부하고 맛 좋은 '엘 레이'라는 초콜릿이 있지만,국내용일 뿐이라는 얘기다.
HBR은 선진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4계명을 소개했다. '메이드 인 ○○○'을 감추는 것이 좋으며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처럼 끈질기게 고급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낮은 생산비용은 장점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기존 편견에 도전하는 과감한 전략이 먹힌다고 조언했다.
◆'메이드 인 ○○○' 감춰라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얀 백사장과 흥겨운 음악.그리고 라임 한 조각을 넣은 투명한 병맥주 '코로나' 한 병.미국인들이 휴식을 연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다.
미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수입 병맥주 코로나는 1925년 멕시코의 주류업체 그루포 모델로(Grupo Modelo)에서 선보인 브랜드다. 선인장 향이 가미됐으며 가볍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 외에 모델로,빅토리아,피시피카,네온,에스트레야 등 다양한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자리잡은 것은 코로나뿐이다. 코로나는 멕시코에서도 판매량 1위다.
그루포 모델로는 코로나 맥주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했다. '라이프스타일 맥주'라는 슬로건을 통해 단순한 술이 아닌 '여가를 함께하는 맥주'라는 스토리를 담았다. 이 과정에서 '메이드 인 멕시코'는 굳이 내세우지 않았다. 코로나가 놓여 있는 해변가는 멕시코 칸쿤이 아닌 휴양지 발리섬이나 플로리다를 연상시키도록 했다.
코로나가 개발도상국에 처음 수출됐을 때 '멕시코 레모네이드'같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인기를 얻자 현지 주류업체들은 "멕시코 근로자들이 생산 과정에서 오줌을 눈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고,코로나 측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 회사는 제품의 출신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진 않았지만 자국에 흠집날 만한 상황이 생기면 맞서 싸웠다. 현재 코로나는 전 세계 16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로히트 데시판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재미와 태양,해변(fun,sun,beach)이라는 휴식 스토리를 내세운 코로나의 성공은 비(非)선진국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원료 · 인건비 의존만으론 한계
과거 식민지의 역사를 가진 국가들은 대체로 천연자원 등 원자재가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낮은 생산비용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일궈내기에 그만큼 유리하다. 터키산 양탄자와 인도 향신료,이집트의 면 관련제품,브라질의 철광석 등이 그런 이점을 활용한 간판 상품으로 꼽힌다. 다만 더욱 값싼 인건비를 자랑하는 신흥국이 등장한다면 이런 전략은 위태해질 수 있다. 저렴한 원료와 인건비만 믿다가는 역습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다.
데시판데 교수는 "칠레의 와인브랜드 콘차 이 토로,터키의 냉장고 생산업체 아르셀릭 등 많은 개발도상국 기업들은 한국과 일본이 1950~60년대 글로벌 시장에 처음 진출하며 부딪쳤던 어려움을 뒤늦게 겪고 있다"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구전(口傳)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개발도상국 기업들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요타처럼 장기전을 시작하라
일본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자국 업체들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한 경우로 꼽힌다. 닛산을 비롯해 도요타자동차,혼다 등이 그런 예다. 닷선(Datsun)자동차는 미국시장 개척 초기인 1950년대에 발음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닛산(Nissan)으로 회사명까지 바꿨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수십년에 걸쳐 아시아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편견과 스테레오타이프를 극복하고 렉서스,인피니티,아큐라 등 다양한 고급 브랜드를 구축했다.
한국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전자업체 금성사는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으나 베스트바이와 홈데포 등 유통체인은 아시아 국가의 낯선 회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미 유통업계는 금성사 제품의 가격이 낮자 품질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금성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과 정보기술(IT)제품,가전제품 등 성능이 뛰어난 다양한 상품들을 수출했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1995년 LG로 사명을 바꾼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존 편견을 뒤집어라
콜롬비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어떤가. 불법 마약이 판치는 빈국(貧國)이라는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콜롬비아 정부는 커피를 무기로 내세웠다. 콜롬비아는 세계 2위의 커피 원두 생산국이다. 정부와 관련업계의 부단한 노력 끝에 100%산 콜롬비아산 원두는 '향이 깊고 풍부한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콜롬비아의 커피 체인 '후안 발데스'가 스타벅스를 누르고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커피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안 발데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등과 함께 콜롬비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고 FT는 전했다.
이러한 전략은 해당 국가에 대한 오래된 문화적 편견을 확 뒤집는,다소 공격적인 브랜드 운영 방법이다. 성공하면 효과가 좋은 반면 실패할 위험성도 높다고 HBR은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