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상사와 부하 사이의 ‘권력 거리’ 좁히는 게 소통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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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Post-GWP(훌륭한 일터)
보여주기 위한 쇼
간담회·현장 방문 늘리지만…각본에 짜 맞춘 얘기일뿐
'펀 경영' 한다지만
'호프데이' 등 지엽적 행사 탈피…조직문화는 경영관리 대상
보여주기 위한 쇼
간담회·현장 방문 늘리지만…각본에 짜 맞춘 얘기일뿐
'펀 경영' 한다지만
'호프데이' 등 지엽적 행사 탈피…조직문화는 경영관리 대상
어떤 조직에서 GWP(great work place · 훌륭한 일터) 운동을 한다는 것은 내부의 신뢰 자산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문화 변화관리 활동을 벌인다는 뜻이다. 이 운동의 창시자인 로버트 레버링에 따르면 조직 내부에서의 신뢰는 믿음 존중 공정성으로 구성되며,각각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높은 수준의 신뢰를 쌓을 때 일류 기업의 문화를 갖게 된다.
◆단순 모방은 변화 관리의 독(毒)
실제 개별 기업의 GWP 변화관리 활동은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삼아 진행될 수 있다. 하나는 벤치마크 지수다. 미국 GPTW(great place to work for)연구소는 신뢰진단도구(trust index)를 갖고 매년 '포천 100대 기업'을 선정하며,그 과정에서 벤치마크 지수를 산출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이 벤치마크 지수를 목표로 삼아 자기 조직의 지수를 높여나가는 변화관리 활동을 한다.
다른 하나는 베스트 프랙티스다. GPTW연구소는 '포천 100대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의 주요 경험 사례를 취합 정리한다. 개별 기업은 우수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이 기업들이 어떤 프랙티스를 갖고 있는가를 참고하여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프랙티스를 개발해 나간다.
한국에서의 GWP 변화관리는 조직 내부의 신뢰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공헌에도 불구하고 실행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지수 활용이 점수 높이기 경쟁을 낳았고,프랙티스 활용에선 단순 모방의 우(愚)를 범하게 했다. 이를 보완하는 후기(post) GWP 조직문화가 우리나라에 특별히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GWP 변화관리가 보인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크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개발된 모델에 근거하기 때문인데 최소한 조직문화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모델의 근본 취지를 살리되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될 일이 아니다.
GWP 지수조사를 통해 내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즉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슈다. 신뢰와 소통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낮은 신뢰를 보이는 조직일수록 소통에 애로를 느끼고,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조직일수록 낮은 신뢰 수준을 드러낸다. 소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계층 간 간담회를 늘리고 경영진의 현장 방문을 확대하는 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다음의 관찰 결과를 살펴보자.
"최고경영자는 어려운 발걸음을 한다.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을 한다고 바쁜 일정을 쪼개어 지점이나 공장을 방문한다. 그러나 한두 번은 신선하겠지만 이런 경영자의 노력에 대한 현장 사람들의 반응은 사실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장관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쇼'를 하는 것 정도로 인식된다….의견을 들으려고 하지만 매번 나오는 얘기는 각본에 짜 맞춘 듯한 얘기일 뿐이다. 한두 번 이런 뻔한 얘기 듣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신입사원이 복사기 옆에 앉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 중에서)
문화 비교의 차원인 '권력거리(power distance)'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의 문화는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인다. 간담회를 늘려도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는 것은 간담회 자리의 권력거리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며,오히려 불편한 자리가 된다.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만 보다 핵심적인 것은 권력거리를 좁히는 행동이다. 또 기회가 아무리 늘어나도 소통의 주제 설정이 진부하면 조직이나 직원이 모두 이 같은 활동을 의미 있게 인식하지 못한다.
◆직원들을 지치게 만드는 '펀 경영'
둘째,GWP 변화관리가 펀(fun) 경영 활동이나 조직 활성화 차원의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레버링이 지적하는 일하는 재미는 상하 간 신뢰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는 종속적인 가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외부적 변수가 없다면 함께 일하는 동료 간에는 즐거움이 있다. 그런 동료 간의 즐거움이 깨지는 것은 주로 상사가 찬물을 끼얹기 때문이다. "
왜 한국에서의 GWP 변화관리가 펀 경영 활동 같은 지엽적인 것으로 인식되거나 표출되고 있을까. 조직 실무자의 입장이 돼 보면 이해가 쉽다. 훌륭한 일터의 3대 조건인 '신뢰''자부심''재미'를 갖고 설명해 보자.실무자는 신뢰지수조사의 결과를 갖고 "직원들이 사장님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나왔습니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설령 직언을 했다고 해도 사장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궁색하다. 자부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에 대해 자부심을 고양시키고자 하지만 허드렛일 하는 사람에게 자기 일의 자부심을 심어준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제일 다루기 편한 것이 펀 경영 활동이다.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팀워크를 다진다며 '호프 데이'를 갖는 것이다.
펀 경영의 원론적인 측면을 따져보자.동료와 함께 등산을 가거나 맥주를 마시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 좀 더 부드러운 관계가 형성될 것이고,그렇게 형성된 관계가 업무 상황에서 직원들 상호 간 협력 수준을 더 높일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런데 과연 기대하는 것처럼 펀 경영 활동이 업무 상황에서 직원 간의 협력을 증진시킬까.
진단을 해보면 둘 간에는 인과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반대의 관계로 나타나곤 한다. 펀 활동으로 가족적인 문화를 만들수록 업무에서의 협력 수준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맥주 마시며 팀워크를 다지라고 비용을 지출하지만 맥주를 마시는 동안 갈등만 증폭되기도 한다. GWP를 비롯한 조직문화 변화관리는 조직 전반에 영향이 미치는 전략적인 경영관리 대상으로 반드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관장해야 하는 영역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그럴 때 단순한 펀 경영 활동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
셋째,구성원들이 GWP 변화관리를 자신들에 대한 시혜적인 정책 실시로 잘못 이해하는 것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많은 기업에서 GWP 변화활동을 한다고 하면 구성원들은 '회사가 우리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준다는 것' 정도로 받아들인다. 이는 원래의 GWP 모델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즉,신뢰를 호혜적인 것으로 얘기하기보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편중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레버링이 이해한 조직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그의 설명."조직의 위계를 감안하면 부하 직원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상사의 신뢰를 받고자 노력한다. 반면 상사는 굳이 부하 직원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이 관리해야 하는 것은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는 상사가 부하 직원의 신뢰를 받도록 하는 쪽이다. "
레버링의 이런 생각이 한국 기업 조직에서도 타당할까. 현장 관찰을 통해서 보면 한국 기업에서는 그의 생각과 어긋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만약 레버링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또 하나의 중요한 비교문화 차원인 맥락(context)의 측면에서 한국과 미국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크게 차이 나는가를 감안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명시적 규정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맥락도가 높은 고맥락(high context)의 문화로 부하 직원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야 한다.
◆경계해야 할 '점수 관리의 덫'
넷째,조직 내부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GWP 지수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폐단도 있다. 신뢰와 신뢰 행동의 관리가 아니라 점수 관리가 되고 만다. 어떤 조직 진단에서건 현상을 지수화시켜 드러내는 것은 이를 공통의 언어로 활용해 변화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당장에 임원들은 지수에 민감해지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예컨대 자기가 맡고 있는 단위 조직의 지수가 낮게 나오면 팀장을 불러 '6개월 이내에 10점 정도 올려보라'는 식으로 임무를 부여한다. 조직 문화가 6개월 만에 좋아진다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이지만,다시 조사를 실시하면 변화 여부에 관계없이 지수는 올라가곤 한다. 설문에 대한 구성원의 응답이 진실 값을 반영하도록 제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임원이 팀장에게 10점을 올리라고 지시하면 팀장은 팀원에게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신호를 보내게 되고,결과적으로 설문에 대한 응답은 긍정적으로 변한다. 조직문화 진단은 설문지 형태의 지수 조사를 기본으로 하더라도 다양한 진단 방법론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한 점수만 생성되고 만다.
한국에서의 GWP 변화관리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조직문화 개발 방법론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GWP는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직문화 모델일 뿐 실제로 그런 일터를 구현하는 변화관리 기법을 포함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GWP 변화관리는 중 · 장기적으로 따라갈 접근 방식이 요구되는데,한국의 문화적 경향성을 감안할 때 그것은 권력거리의 축소와 맥락의 단순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 모방은 변화 관리의 독(毒)
실제 개별 기업의 GWP 변화관리 활동은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삼아 진행될 수 있다. 하나는 벤치마크 지수다. 미국 GPTW(great place to work for)연구소는 신뢰진단도구(trust index)를 갖고 매년 '포천 100대 기업'을 선정하며,그 과정에서 벤치마크 지수를 산출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이 벤치마크 지수를 목표로 삼아 자기 조직의 지수를 높여나가는 변화관리 활동을 한다.
다른 하나는 베스트 프랙티스다. GPTW연구소는 '포천 100대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의 주요 경험 사례를 취합 정리한다. 개별 기업은 우수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이 기업들이 어떤 프랙티스를 갖고 있는가를 참고하여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프랙티스를 개발해 나간다.
한국에서의 GWP 변화관리는 조직 내부의 신뢰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공헌에도 불구하고 실행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지수 활용이 점수 높이기 경쟁을 낳았고,프랙티스 활용에선 단순 모방의 우(愚)를 범하게 했다. 이를 보완하는 후기(post) GWP 조직문화가 우리나라에 특별히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GWP 변화관리가 보인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크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개발된 모델에 근거하기 때문인데 최소한 조직문화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모델의 근본 취지를 살리되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될 일이 아니다.
GWP 지수조사를 통해 내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즉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슈다. 신뢰와 소통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낮은 신뢰를 보이는 조직일수록 소통에 애로를 느끼고,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조직일수록 낮은 신뢰 수준을 드러낸다. 소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계층 간 간담회를 늘리고 경영진의 현장 방문을 확대하는 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다음의 관찰 결과를 살펴보자.
"최고경영자는 어려운 발걸음을 한다.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을 한다고 바쁜 일정을 쪼개어 지점이나 공장을 방문한다. 그러나 한두 번은 신선하겠지만 이런 경영자의 노력에 대한 현장 사람들의 반응은 사실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장관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쇼'를 하는 것 정도로 인식된다….의견을 들으려고 하지만 매번 나오는 얘기는 각본에 짜 맞춘 듯한 얘기일 뿐이다. 한두 번 이런 뻔한 얘기 듣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신입사원이 복사기 옆에 앉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 중에서)
문화 비교의 차원인 '권력거리(power distance)'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의 문화는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인다. 간담회를 늘려도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는 것은 간담회 자리의 권력거리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며,오히려 불편한 자리가 된다.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만 보다 핵심적인 것은 권력거리를 좁히는 행동이다. 또 기회가 아무리 늘어나도 소통의 주제 설정이 진부하면 조직이나 직원이 모두 이 같은 활동을 의미 있게 인식하지 못한다.
◆직원들을 지치게 만드는 '펀 경영'
둘째,GWP 변화관리가 펀(fun) 경영 활동이나 조직 활성화 차원의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레버링이 지적하는 일하는 재미는 상하 간 신뢰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는 종속적인 가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외부적 변수가 없다면 함께 일하는 동료 간에는 즐거움이 있다. 그런 동료 간의 즐거움이 깨지는 것은 주로 상사가 찬물을 끼얹기 때문이다. "
왜 한국에서의 GWP 변화관리가 펀 경영 활동 같은 지엽적인 것으로 인식되거나 표출되고 있을까. 조직 실무자의 입장이 돼 보면 이해가 쉽다. 훌륭한 일터의 3대 조건인 '신뢰''자부심''재미'를 갖고 설명해 보자.실무자는 신뢰지수조사의 결과를 갖고 "직원들이 사장님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나왔습니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설령 직언을 했다고 해도 사장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궁색하다. 자부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에 대해 자부심을 고양시키고자 하지만 허드렛일 하는 사람에게 자기 일의 자부심을 심어준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제일 다루기 편한 것이 펀 경영 활동이다.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팀워크를 다진다며 '호프 데이'를 갖는 것이다.
펀 경영의 원론적인 측면을 따져보자.동료와 함께 등산을 가거나 맥주를 마시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 좀 더 부드러운 관계가 형성될 것이고,그렇게 형성된 관계가 업무 상황에서 직원들 상호 간 협력 수준을 더 높일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런데 과연 기대하는 것처럼 펀 경영 활동이 업무 상황에서 직원 간의 협력을 증진시킬까.
진단을 해보면 둘 간에는 인과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반대의 관계로 나타나곤 한다. 펀 활동으로 가족적인 문화를 만들수록 업무에서의 협력 수준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맥주 마시며 팀워크를 다지라고 비용을 지출하지만 맥주를 마시는 동안 갈등만 증폭되기도 한다. GWP를 비롯한 조직문화 변화관리는 조직 전반에 영향이 미치는 전략적인 경영관리 대상으로 반드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관장해야 하는 영역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그럴 때 단순한 펀 경영 활동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
셋째,구성원들이 GWP 변화관리를 자신들에 대한 시혜적인 정책 실시로 잘못 이해하는 것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많은 기업에서 GWP 변화활동을 한다고 하면 구성원들은 '회사가 우리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준다는 것' 정도로 받아들인다. 이는 원래의 GWP 모델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즉,신뢰를 호혜적인 것으로 얘기하기보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편중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레버링이 이해한 조직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그의 설명."조직의 위계를 감안하면 부하 직원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상사의 신뢰를 받고자 노력한다. 반면 상사는 굳이 부하 직원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이 관리해야 하는 것은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는 상사가 부하 직원의 신뢰를 받도록 하는 쪽이다. "
레버링의 이런 생각이 한국 기업 조직에서도 타당할까. 현장 관찰을 통해서 보면 한국 기업에서는 그의 생각과 어긋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만약 레버링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또 하나의 중요한 비교문화 차원인 맥락(context)의 측면에서 한국과 미국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크게 차이 나는가를 감안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명시적 규정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맥락도가 높은 고맥락(high context)의 문화로 부하 직원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야 한다.
◆경계해야 할 '점수 관리의 덫'
넷째,조직 내부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GWP 지수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폐단도 있다. 신뢰와 신뢰 행동의 관리가 아니라 점수 관리가 되고 만다. 어떤 조직 진단에서건 현상을 지수화시켜 드러내는 것은 이를 공통의 언어로 활용해 변화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당장에 임원들은 지수에 민감해지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예컨대 자기가 맡고 있는 단위 조직의 지수가 낮게 나오면 팀장을 불러 '6개월 이내에 10점 정도 올려보라'는 식으로 임무를 부여한다. 조직 문화가 6개월 만에 좋아진다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이지만,다시 조사를 실시하면 변화 여부에 관계없이 지수는 올라가곤 한다. 설문에 대한 구성원의 응답이 진실 값을 반영하도록 제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임원이 팀장에게 10점을 올리라고 지시하면 팀장은 팀원에게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신호를 보내게 되고,결과적으로 설문에 대한 응답은 긍정적으로 변한다. 조직문화 진단은 설문지 형태의 지수 조사를 기본으로 하더라도 다양한 진단 방법론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한 점수만 생성되고 만다.
한국에서의 GWP 변화관리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조직문화 개발 방법론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GWP는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직문화 모델일 뿐 실제로 그런 일터를 구현하는 변화관리 기법을 포함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GWP 변화관리는 중 · 장기적으로 따라갈 접근 방식이 요구되는데,한국의 문화적 경향성을 감안할 때 그것은 권력거리의 축소와 맥락의 단순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