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증권시장에서는 4대 금융지주사들의 저축은행 인수 추진을 두고 "대통령의 친구와 측근들이 수장으로 있는 우리 KB 하나 등 지주사들이 당국의 처리 방향에 코드를 맞춘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신한금융지주의 수장 역시 관치에 익숙한 한국은행 출신인 데다 지난해 경영진 내분으로 당국의 눈 밖에 나 있어 금융당국의 압박에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보고 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 반면 저축은행 주가는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인수가 (금융지주)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지주사들이 자발적으로 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속으로 앓는 지주사들

당국의 압박에 '자의반 타의반' 저축은행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힌 금융지주사 내부에선 부실 떠안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저축은행의 순자산 손실분을 완전히 메워주고 기존 자본금을 완전 감자시켜 제로(0)로 만들어줘야 한다"며 "인수자금을 자본금으로 투입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저축은행 부실 정리에 기여하는 만큼 영업 제한 규제 완화와 같은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공적자금(구조조정기금) 투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부실이 더 문제

만약 정부가 정책 목적을 원활히 달성하기 위해 인수 대상 저축은행의 부실을 해소해 주더라도 파악하기도 어렵고,해법도 마땅치 않은 잠재 부실 문제가 남는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2008년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대전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했으나 실사 결과 막대한 잠재 부실이 드러나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에 인수된 대전저축은행은 부실이 부실을 낳는 악순환에 빠져 결국 매물로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잠재 부실은 매년 늘어나는 데다 현재 시점에서 그 부실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정부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시점에서 부실을 처리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향후 잠재부실 발생에 대비해 풋백옵션을 보장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45조원에 이르는 은행권의 PF 대출 채권 처리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각각 9조원과 8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부실 저축은행까지 떠안을 경우 부담은 가중된다. 실제로 잠재부실은 매년 늘어난다. 현재시점에서 부실은 따지는 게 어렵다. 실제로 부실은행 간 인수한 결과가 그랬다.

◆금융산업 발전에 부정적

전문가들은 시중 대형은행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꼬리(저축은행)가 몸통(은행)을 흔들 수 있다'는 것.아울러 그동안 부실을 야기해온 기존 주주에 대해 심각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용인해주는 나쁜 전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이 M&A를 통해 부실 저축은행을 사주고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주주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금융산업 발전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부실 책임이 있는 주주의 모럴해저드 재발을 막기 위해 감자를 통해 가져갈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사가 주주의 반대를 극복하고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저축은행의 부실을 클린화한 다음에 인수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부실해진 것을 직접 은행이 떠안는 것은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시훈/정재형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