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고 있다. 각종 국제 원자재와 식료품값,음식값이 치솟는 가운데 구제역으로 인한 물가 급등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6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고급 한우(거세우,1+A 등급 기준) 전국 경락가는 ㎏당 1만8695원으로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난해 11월29일(1만6715원)에 비해 11.5%나 오르는 등 등급별로 11~14% 급등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전국 경락시장에서 1A 등급 암퇘지가 ㎏당 평균 5299원에 거래됐다. 구제역 첫 발생 당일(4356원)에 비해 21.6%나 뛰었다. 구제역이 정부가 제시한 올해 '5% 성장과 3% 물가' 달성을 가로막는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구제역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첫 발생 이후 한 달여 만에 전국 6개 시 · 도로 확산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정리(한우),충남 당진군 합덕읍 도곡리(돼지),경기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돼지) 등에서 구제역 확진이 잇따랐다고 발표했다. 살처분 가축 수는 94만여마리로 우리나라 전체 사육 소와 돼지의 7%가량이 땅에 묻혔다. 보상액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백신 접종과 방역 등의 비용에도 수천억원이 들어가 직접적인 피해 규모가 1조원을 웃돈다. 관광산업이나 음식 · 숙박업종 등의 간접 피해까지 감안하면 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정부는 구제역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대통령 주재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검역도 검역이지만 항체를 비롯해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지만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미 전국으로 확산된 상태여서 어떤 대책이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공산이 크다.

정태성 경상대 수의학과 교수는 "구제역은 가축 증산에만 주력해온 정부가 초래한 시스템의 문제"라며 "수의학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의 어설픈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고 말했다.

서욱진/김철수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