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년 만에 2000선을 회복하는 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 대표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가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 세계 '상위 1%대'에 오른 글로벌 대장주로 거듭났다.

6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를 운용하는 MSCI바라와 현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달러화 환산 시가총액은 1232억달러(지난 5일 기준)로 MSCI지수에 편입된 2462개 글로벌 기업 가운데 31위를 차지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선을 넘어선 2007년 10월 말 74위(899억달러)보다 43계단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 순위는 2000년 말 189위에 머물렀지만 10년 만에 미국 인텔 휴렛팩커드,독일 지멘스 등을 차례로 제치고 상위 1%대에 진입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중 삼성전자보다 큰 곳은 애플(3051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2423억달러) 제너럴일렉트릭(1992억달러) IBM(1854억달러) 오라클(1560억달러) 등 5곳뿐이다.

10년 전 838위였던 현대자동차도 시가총액이 369억달러로 늘어 210위를 차지했다. 2007년 567위에 이어 3년 새 336계단이나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순위 상승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자동차업체 중 시가총액 1위인 일본 도요타(1363억달러)의 경우 2007년만 해도 현대차의 11배에 달했지만 지금은 4배 미만으로 줄었다.

현대모비스(1046위→317위)와 LG화학(994위→342위)이 새로 500위 안에 진입했고,기아차는 2007년 1629위에서 438위로 1191계단이나 뛰었다. LG전자(654→586위) 하이닉스(763위→659위) 시가총액 순위도 2007년 고점보다 100계단 안팎 올랐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경제를 뒤흔든 금융위기가 한국 기업들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음이 입증된 것"이라며 "시가총액 순위가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이익 증가폭에 비하면 여전히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이후 3년간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연평균 91.1%로 마이크로소프트(37.6%) IBM(60.4%) 등 경쟁업체들을 크게 웃돌지만,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로 평균 11배를 넘는 이들 기업에 비해 낮았다.

환율 변동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 우위는 더욱 뚜렷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원 · 달러 환율을 2007년 고점 당시 환율(910원대)로 가정해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528억달러로 세계 18위에 해당한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