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지난해엔 실기(失機)하더니 올해는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은은 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2011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의결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운용에 대해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두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지난해 12월 금통위 의결문에선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에 강도를 높였다.이번에 새롭게 들어간 ‘확고히’라는 문구만 놓고 보면 한은이 물가 급등을 잡기 위해 현재 연2.50%인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태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은은 바로 다음 문장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문구를 달아,스스로 힘을 빼 버렸다는 분석이다.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의 회원인 권영선 노무라증권 한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중기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적극적인 적극적인 긴축정책을 통해 1년 이내에 소비자물가를 3% 수준에 복귀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2∼3년의 기간 걸쳐 평균적으로 3% 수준에 근접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그는 “한은은 완만한 금리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채권전문가는 “앞에선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할 것처럼 해 놓고 뒤에선 다른 얘기를 해서 시장에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며 “한은이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주겠다고 했는데 분명한 혼선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기준금리를 제때 그리고 적절한 폭으로 인상하지 못해 실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지난해 성장률이 6%에 이르고 하반기 이후 물가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한은은 지난해 두차례 밖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 연구위원은 “제반 경제상황을 검토했을때 한은이 지난해 연3%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높였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한 관계자는 “지난해 가파른 경기회복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황기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용카드 위기가 닥쳤던 2004년의 연3.25%수준까지 높였어야 했다”고 한은 지도부를 질타했다.한은의 또다른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가 정부와의 공조만 강조하는 바람에 자칫 한은이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사전에 예방했지 못했다는 비판을 나중에 들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