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듯한 장세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만 시장 흐름은 왠지 익숙하다.

대형주들이 돌아가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주도 업종이 바뀌는 기간이 좀 짧아졌다는 것 말고는 작년 하반기 증시를 보는 것 같다.

연초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며 반격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좀 다를 뿐이다.

연말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했던 전기전자 업종이 쉬는 대신 자동차와 조선 등 운송장비와 화학업종 등 기존 주도주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와 화학 등은 지난 연말 이후 두 달 동안 박스권 흐름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재상승 랠리가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또 다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날 쉬었던 조선주들도 힘을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3% 이상 오르고 있고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도 일제히 강세 흐름이다.

중간중간 건설과 철강, 금융, 기계 업종 등을 순차적으로 거쳐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대형주들의 빠른 순환매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승세에도 별다른 과열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종별 바통터치가 워낙 빠르다보니 일단 오른 다음에 추격하거나 내린 다음에 팔면 낭패를 보게 된다. 미리 길목을 지키거나 대형 주도주를 꾸준히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핵심주들의 경우 가격 측면이 아닌 기간 조정을 통해 부담감을 해소하는 흐름이고 업종 대표주들의 빠른 순환매도 포착된다"며 "때문에 핵심 대형주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성급한 수익 실현보다는 주식 보유 관점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하루단위로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어 업종 선택은 여전히 쉽지 않다. 연간 단위의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하거나 단기적으로는 코스피 대비 부진했던 업종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시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순환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소외 국면에서 반등을 시도하는 업종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이런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업종은 화학과 운수장비 업종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사상최고치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만큼 빠른 속도의 순환매 양상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빠른 순환매 장세 흐름을 다 쫓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박 연구원은 IT, 은행, 건설 등 연간으로 계속 좋아질 업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시장 대응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거래대금 증가와 지수 상승 모멘텀을 보유한 증권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섣불리 예측하고 움직이는 것은 실패 확률이 높은 장세다. 기관과 외국인이 매매 동향을 참고하면서 대형주와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종목들로 대응하는 게 순환매 장세를 이기는 전략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