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의 World Biz] 삼성 최대경쟁자가 폭스콘인 까닭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베트남에 있는 태광비나 등 한국계 공장 2곳에서 2만4000여명의 근로자가 파업을 벌였다는 소식이 AFP통신을 타고 들어왔다. 앞서 방글라데시에 있는 영원무역 의류공장에서도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저임금에 의존한 비즈니스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저임금 산업의 한계가 가장 먼저 불거진 곳은 '세계의 공장' 중국이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위탁생산(EMS)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지난해 초부터 선전 공장에서 10명 이상의 직원이 자살하면서 중국 내 임금 인상 도미노의 도화선이 됐다. 한때 대만으로의 철수설이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폭스콘의 중국 내 근로자 수가 지난달 초 100만명을 돌파했다. 루이스 우 폭스콘 사원복지담당 고문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얘기하는 중에도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해 8월 92만명에서 4개월 새 8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폭스콘은 올해 말까지 중국 내 직원 수를 130만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폭스콘의 인력고용 확대 배경엔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 · 서부지역으로의 생산시설 이전이 있다. 허난성 정저우에 세운 새 공장에서는 향후 20만명까지 고용키로 했다. 하지만 시간차만 있을 뿐 중 · 서부 지역도 임금이 따라오르게 되고 이는 저임금 산업의 설 땅을 좁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랑셴핑 홍콩 중문대 교수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사업구조를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폭스콘은 이미 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폭스콘은 지난달 초 중국의 중소도시에 수천개의 유통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매장을 열 때 회사에서 30만위안(5100만원)을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소니의 TV 등을 생산하는 '얼굴 없는 기업'에서 자기 얼굴을 가진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폭스콘이 지난해 대만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중국 투자 규모만 해도 12억달러를 웃돌았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사업 강화도 사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다. 폭스콘 모회사인 훙하이(鴻海)는 히타치액정디스플레이 증자에 약 1000억엔(1조35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폭스콘은 사업구조 고부가가치화에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활용한다. 온셋 등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들과 지난달 양해각서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 신생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궈 회장은 "신생기업이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찾고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엔 1500만달러 규모의 해외 벤처펀드도 출범시켰다. 헬스케어와 바이오기술 기업에 투자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삼성전자의 향후 최대 경쟁자로 폭스콘을 꼽은 것도 이 같은 변신이 가져올 발전 잠재력을 평가한 때문이다. 지난해 폭스콘의 노사분규 사태는 중국이 안고 있는 저임금산업 구조의 한계를 보여줬다. 하지만 폭스콘은 올해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해법도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오광진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