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뉴 노멀 시대'] (3) 달러ㆍ유로ㆍ亞단일통화 … 세계경제 '3극 통화체제' 머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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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국제통화 '테라' 시대 열리나
"美, 더이상 세계경제 중심 아니다", 지역 블록별 공동통화 논의 활발
3극 재편 후 목표환율제 도입 땐 세계 단일통화 '테라' 등장할 수도
"美, 더이상 세계경제 중심 아니다", 지역 블록별 공동통화 논의 활발
3극 재편 후 목표환율제 도입 땐 세계 단일통화 '테라' 등장할 수도
세계 경제 중심축 이동과 달러 약세에 따라 미국 이외의 국가 사이에 '탈(脫)달러화' 조짐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전개되는 제2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조짐은 지역블록별로 공동통화를 도입하려는 움직임과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중심통화를 도입하는 논의로 양분화돼 추진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역 블록별 공동통화를 도입하는 문제는 달러화 약세에 따른 대안 중심통화 논의와 맞물려 전 지역 블록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련을 겪고 있지만 도입한 지 10년이 넘은 유로화가 비교적 '성공작'이라는 평가가 지역 공동통화 도입 논의를 촉진시키고 있다.
2010년대를 여는 첫해부터 걸프지역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 · Gulf Cooperation Council)는 단일통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GCC 통화위원회(monetary council) 본부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두고 걸프통화동맹이 출범하면 곧바로 걸프중앙은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중남미 국가들도 무역거래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역내 교역에서 달러화 대신 자국통화 활용을 확대할 움직임이다. 이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무역결제 시 자국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중남미 좌파 국가들의 모임인 'ALBA(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에서는 달러화 대신 '수크레'를 결제하기로 합의했다.
아시아에서도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단일통화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최근 들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본 세계평화연구소(IIPS)는 2030년대에 아시아 공동통화를 도입해 달러화,유로화와 함께 3극화된 국제금융시스템을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도 한국과 중국,일본 간 '아시아3(A3)' 통화를 제안,시선을 모으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권역별로 공동통화 창설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부 5개국은 공동통화(ECO)를 구상하고 있으며,남아프리카 개발공동체는 2018년까지 단일통화를 창설할 계획이다. 남아프리카 중앙은행도 2025년까지 아프리카 전체를 포괄하는 통화동맹 창설을 주장하고 있다.
지역 공동통화 도입 노력과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단일통화 도입 움직임도 활발하다. 2009년 3월 중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을 중심통화로 삼자는 제안에 따라 글로벌 중심통화 논쟁은 지난해 8월부터 불붙은 글로벌 환율전쟁을 계기로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거리긴 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경제권,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권 등 3대 광역경제권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만들어지는 21세기 세계 경제질서가 2010년대 첫해를 맞아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과 미주경제권 간에는 북대서양 자유무역지대(TAFTA)로,아시아와 유럽경제권 간에는 아시아 · 유럽 정상회의(ASEM)로,아시아와 미주 경제권 간에는 아시아 · 태평양 경제협의체(APEC)로 연결되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는 점이다.
외형상 두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 블록별 공동통화 도입 노력과 글로벌 단일통화 창설 움직임이 결합되면서 2010년대 국제통화 질서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아시아 단일통화를 축으로 하는 3극 통화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개 통화 간 움직임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목표환율제(target zone)가 도입되면 곧바로 세계 단일통화가 창설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탈달러화 조짐을 선도하는 프랑스가 주축이 돼 전 세계를 하나의 화폐로 통용시키자는 세계 단일통화 도입 논의도 일고 있다. 라틴어로 '지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테라(terra)'와 달러화의 사용 범위를 넓히는 달러라이제이션,유로화 도입을 모델로 한 글로벌 유로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 가운데 유로화의 창시자인 벨기에 루벵대의 리테어 교수가 제안한 '테라'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통화를 새로운 중심통화로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기존 중심통화국과의 주도권 싸움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테라와 같은 새로운 중심통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 통용시키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201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브레턴우즈 체제에 대한 회의가 지속적으로 일면서 새로운 중심통화 도입 여건은 꾸준히 성숙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시일 내에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2020년대 들어서는 달러화를 대신할 새로운 기축통화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테라
terra.'지구'를 뜻하는 라틴어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용되는 화폐'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어다. 벨기에의 버나드 리테어 전 루벵대 교수가 글로벌 통화로 '테라(terra)' 창설을 주장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약화된 미국 달러화 대신 테라를 사용하면 각종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투기행위를 차단,세계경제 안정과 성장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다고 리테어 교수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