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북해에서 대규모 천연가스를 발견한 것은 1959년이었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보인 1960년대와 석유파동이 닥친 1970년대 천연가스 수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네덜란드는 제조업 등 각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네덜란드 경제 전체는 활력을 잃었다. 왜일까.

막대한 외화가 들어오면서 네덜란드 통화가치가 크게 절상됐기 때문이다. 국제 무대에서 제품 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외화유입이 급증하다 보니 임금과 물가가 치솟았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노사갈등이 심각해져 극심한 사회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이를 경제학자들은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라고 부른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007년 발간한 회고록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ence)'에서 '네덜란드 병'이 러시아 등 다른 자원부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네덜란드 병'이 한국에서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역흑자가 급증한 부작용이 올해 본격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의 무역흑자는 2009년 410억달러에 이어 지난해엔 417억달러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위기 이후 수출 호황이 일부 산업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반도체와 자동차,조선 등은 네덜란드에서 천연가스와 비슷한 의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표학길 서울대 국가경쟁력연구센터 소장(경제학부 교수)은 "일부 수출 대기업들이 고임금을 지급하면서 한국 기업 전체적으로 임금이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엔 각계의 신년 인사회가 열린다. 세계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올해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환율은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지나친 낙관보다는 위기의식을 잃지 않도록 분위기를 잡아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주 발표되는 경제지표 중에선 한국은행이 4일 내놓는 지난해 말 외환보유액이 주목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개월 동안 202억달러가 늘어 지난해 11월 말 2902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폭 증가에 그쳐 3000억달러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6일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발표한다. 지난해 11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기준으로 4개월 만에 상승 반전한 것으로 나오자 정부는 지난해 말 '경기 정상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코멘트한 바 있다. 이번 그린북에서도 정부의 진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이들은 재무부 출신으로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관료들이다. 이들이 금융과 산업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3일 내놓는 은행의 해외진출 추진계획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은행들이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것은 3년 만이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