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금년은 여러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난 성공적인 해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수치상의 경제성장과 달리 그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양극화' 이슈가 크게 대두된 한 해이기도 했다. 필자는 양극화라는 말은 자극적이기만 할 뿐 문제의 실상을 감추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더 정확한 표현은 경제의 이중구조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경제회복의 영향이 골고루 체감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 구조의 분절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쪽에선 고부가가치,고소득 구조가 발전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저부가가치,저소득 구조가 온존하고 있다. 이 같은 이중구조화의 특징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개방형 구조와 폐쇄형 구조로의 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방형 구조는 생산 유통 소비 등 경제순환의 여러 측면에서 세계시장과 연결돼 있다. 생산에서는 값싸고 질 좋은 원료와 인력을 결합하는 국제분업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판매에서는 국제적인 유통망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 소비자들 또한 세계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하고 있다. 반면 폐쇄형 구조는 생산에서 국내 자원에 주로 의존하고 판매 또한 규모가 제한된 지역시장에만 국한돼 고비용 저부가가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연히 개방형 구조의 종사자와 폐쇄형 구조의 종사자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개방형 경제를 택한 지도 40년이 지났는데 격차가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생산제품 시장만 세계와 연결돼 있을 뿐 투입요소시장은 국내 자원에 의존했다. 따라서 수출 증가는 바로 국내 요소시장의 활황을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은 요소시장 또한 국제화돼 국내시장과의 연결고리가 약하다. 요컨대 개방형 구조와 폐쇄형 구조라 하더라도 과거처럼 연결이 원활하면 문제가 작을 텐데 연결이 약해지니 이중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개방형 구조를 제한하거나 개방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예컨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것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발전의 동력이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경제의 본질을 모르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나갔다간 금세 중국에 따라잡히고 예속되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복지를 확대해 계층 간 격차를 줄이자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일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복지는 고령화에 따라 어차피 다뤄야 할 문제지만 먼저 이중구조화의 원인을 살펴 처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중구조화 문제의 해법은 남아 있는 폐쇄형 구조를 최대한 개방형 구조로 신속히 바꾸는 것이다. 제품시장은 물론 요소시장에서도 국제시장과 연결되고 그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경쟁력은 경제주체가 만드는 것이므로 정부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정부가 할 일의 요체는 폐쇄화 장벽을 걷어내는 것이다. 특히 두 가지가 절실하다. 첫째 각종 규제를 풀어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 교육,의료,문화 사업 등 신성장 서비스 분야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해야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연구 · 개발을 통한 국제화가 가능하다. 둘째로 외국인력 도입 제한을 풀어 내수기업도 국제분업의 혜택을 입도록 해야 한다. 내수시장의 가격경쟁력이 없는 이유는 대부분 폐쇄된 노동시장의 높은 인건비 때문이다. 이 부분만 풀어도 상당한 경쟁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야 국내소비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유인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중구조 완화,고용 창출,소득분배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