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아이콘 ‘영구’의 歸還
"더 웃길 수 없었다면 돌아오지 않았다"


1986년 안방극장을 강타했던 ‘영구’의 주인공, 영화 ‘영구와 땡칠이’ 출연을 비롯해 ‘디워’로 감독으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영원한 개그맨’ 심형래 감독이 ‘심형래표 코미디’로 돌아왔다.

“더 이상 웃길 수 없다면 돌아오지 않았다”는 그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영구’를 들고 한국의 안방극장을 뛰어넘어 세계의 관객들을 ‘한국식 코미디’로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 “시사회서 한 아버지가 크게 웃는 아이 입을 막는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정말 한숨도 못 잤어요. 입안을 온통 헐었고,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디워’ 때와는 또 다르네요.”

국내개봉일인 29일 서울 모처에서 심형래 감독을 만났다.

수많은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에 지칠 법도 하지만 심 감독은 “체력 좋아요. 이렇게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오늘부터 무대인사 강행군인데, 힘 내야죠”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라스트 갓파더'는 대부의 숨겨진 아들이 영구라는 설정으로 시작해 그가 뉴욕에서 펼치는 활약상을 그린 글로벌 휴먼 코미디. 덜 생긴 외모, 덜 떨어진 행동, 누가 봐도 남다른 영구는 마피아 대부인 아버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를 찾아 뉴욕에 가고 조직의 후계자로 지목돼 마피아 수업을 받게 되는 과정을 코믹스럽게 버무렸다.

“미국 영화시장에서 코미디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많은 나라의 코미디 영화중에 왜 한국영화만 없는지, 그 시장이 너무 아깝고 기회일 거 같은 생각에 과감하게 도전하게 됐죠.”



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된 후 호불호가 가리면서 질타도, 칭찬도 받았다. ‘찰리채플린이네’ ,‘미스터빈이네’ 세계적인 코미디 배우와의 비교도 만만치 않았다.

“글쎄요. 저는 그래요. 물론 훌륭하신 분들이지만 그들과의 비교에 앞서 한국의 영구, 한국의 캐릭터가 세계시장에 발을 딛는 것에 더 중점을 두시면 어떨까 아쉬움이 들어요. 그들을 따라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 배우, 감독들이 미국 진출에 있어 선봉자로서 길을 만들고, 장르를 만들고, 한국의 캐릭터를 알리고자 함이 더 컸으니까요.”

심 감독은 영화 ‘라스트 갓파더’의 최고 장점에 대해 “온 가족이 다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꼽았다.

단순히 전체 관람가 의미를 벗어나 아버지 세대에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그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

“개봉을 앞두고 한 시사회에 갔었는데, 아이가 깔깔대고 웃으니까 아버지가 손으로 황급히 입을 막으면서 같이 웃는 모습을 보고 ‘만들기를 잘했구나’ 흐믓했어요. 그 이상 무슨 의미가 더 필요할까요.”


# 코미디는 하하 웃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영화 ‘디워’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감독 심형래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은 그 무엇보다 컸다.
특히 미국 현재 올 로케에 한국의 ‘영구’가 버무려진 영화가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 관객들의 이목이 모아졌다.
“한국의 캐릭터를 전세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마피아라는 설정을 하게 됐고, 영구가 보스의 아들이라는 소재로 잘 버무려보자 했죠. 사실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 지 정말 긴장돼요.”

심형래 감독은 한국 사람이다. 그 마음 하나로 미국 촬영을 극복했단다. 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동기부여 그리고 힘은 관객들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몸은 혼자 갔죠. 하지만 ‘라스트 갓파더’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고 관객들, 한국분들의 관심이 만들어준 것입니다. 물론 한국컨텐츠진흥원의 이재웅 원장님을 비롯해 물신양면 도와주신 분들도 계세요. 주변분들, 팬들, 네티즌들, 그 분들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참, 또 한 명 배우 신현준의 도움이 큰 거 같아요. 자기 아이폰에 예고편을 넣어 갖고 다니면서 홍보하더라고요. 하하.”

영구표 따뜻한 영화 ‘라스트 갓파더’는 슬랩스틱이 전하는 큰 웃음도 있고, 아버지와 아들의 부정, 그리고 순수한 인간미, 따뜻한 결말이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코미디라는 게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소도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점도 있고 흐믓함도 있고. 참 예쁜 영화,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그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면 저는 성공한 겁니다.”



# 영구로 살아온 25년…“눈물 나게 고마워요”

‘영구’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심형래. 그는 그 인기를 뒤로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하라고 부추기지 않는 감독의 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낯선 땅’ 미국에서 말이다.

“정말이지 내 생각만 하고 그랬으면 ‘영구’로 편안하게 살았을 거예요. 그러나 인생에, 직업적 선배로서 먼저 길을 닦아 놔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발판이 영구죠. 나를 있게 해 준 영구, 그 힘으로 재산 다 털어 또 미국을 가고, 영화를 만들고. 저는 또 할 겁니다.”

29일 개봉과 동시에 영화예매순위 1위, 12만 관객 기록 등 흥행몰이를 시작한 ‘라스트 갓파더’. 심형래표 코미디가 과연 한국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미국 영화시장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대 인사에 나서야죠. 정말 떨려요. 그리고 기다려준, 관심을 가져주시는 관객들, 눈물 나게 고맙습니다. 실컷 웃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웃음).”

한경닷컴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 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