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원인은 크게 수요와 공급 측면 두 가지다. 수요 측면은 말 그대로 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demand-pull inflation)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나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확대로 수요가 늘어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이에 비해 공급 측면은 생산 요소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으로 공급이 줄어 일어나는 인플레(cost-push inflation)다. 원자재 가격이나 임금 상승 등이 이유다.

수요 측면에서 발생하는 인플레는 어느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경기가 좋아져 과잉 수요가 발생하면 재정을 축소하거나 통화량을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처하면 된다. 인플레가 어느 정도 일어나더라도 경제 주체들 간에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므로 그다지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공급 인플레는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별로 없다. 유가 상승 등 주로 외생변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인플레 우려는 두 가지 측면 중 어디에 해당할까. 우선 수요 측면을 보자.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인하로 국내 유동성도 크게 늘었다. 경기도 최근 빠르게 회복됐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해질 뿐 아직까지는 실물로 옮겨가 수요를 견인해내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와 민간연구기관들의 평가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공공 요금 및 대학 등록금 인상 등 인플레 압력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최근 인플레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공급 측면의 인플레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게 되고 이는 제품가격 상승과 고용 감소로 이어져 경기 둔화를 낳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럴 위험성은 낮다고 본다. "과거 경험을 보면 유가가 폭등하지 않는 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유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85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전망했지만 벌써 9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 인플레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12월 소비자물가지표'는 오는 31일 발표된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는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들의 물가 추이가 어떤지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앞서 30일에는 '11월 산업활동 동향'이 나온다. 산업생산은 지난 7월 정점을 찍은 이후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11월에도 경기 둔화세가 이어졌을지 관심이다. 특히 10개월째 하락세인 경기선행지수,3개월 연속 꺾인 동행지수 움직임도 주목거리다.

제조업의 체감경기를 엿볼 수 있는 지표도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28일),지식경제부가 내놓는 '4분기 제조업 BSI'(30일)가 그것이다. 11월 BSI는 92로 4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을 밑돌면 향후 경기 하강을 점치는 기업이 경기 상승을 내다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